[르포]월성이 본딴 '캐나다 原電'..혈관 갈아 '60년 간다'

윤종성 기자I 2015.02.10 18:00:01

서른설 넘은 포인트 레프로, 韓기술로 재정비..''30년 더''
캔두 부사장 "원자로 디자인 설계상 60년까지 운영 가능"

▲캐나다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포인트 레프로 원전의 모습


[세인트존·미시사가(캐나다)=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날아가 도착한 세인트존. 공항에 내리자마자 발 딛기 무섭게 다시 차로 갈아타고 30분을 달리자 캐나다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포인트 레프로 원자력 발전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휴대폰을 꺼내들자 영하 25도가 찍힌다. 궂은 날씨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쳐 체감온도는 영하 40도를 넘나들 정도다.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고 원전 직원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터빈실. 고압터빈 1기와 저압터빈 3기가 설치된 터빈실 한 켠에는 과거 설비 개선작업 중에 교체된 구(舊) 터빈 2기가 은박 비닐을 덮어쓴 채 놓여 있다. 서른 살이 훌쩍 넘은 포인트 레프로 원전이 지우지 못한 ‘세월의 흔적’이다. 션 그랜빌(Sean Graniville) 포인트 레프로 원전소장은 “2003년에 재정비작업을 진행해 2012년 11월쯤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재정비 작업을 끝낸 포인트 레프로 원전은 향후 25~30년은 끄떡없이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서른 살 넘은 포인트 레프로…“향후 25~ 30년 끄떡없다”

인구 75만명의 뉴 브론스윅 주(New Brunswick) 소비 전력의 25%를 생산하는 이 곳은 월성 1호기와 똑같은 ‘캔두(Candu) 6’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전. 우리나라는 1970년대 에너지다원화정책에 따라 중수로형 원전을 도입하면서 포인트 레프로 원전을 본따 월성 1호기를 지었다. 특히 오는 12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재차 주목받는 원전이기도 하다.

지난 1983년 가동에 들어간 이 원전은 운영 20년째인 2003년 들어 설비개선 공사에 착수했다. 신체의 혈관처럼 연료공급관과 냉각관을 연결해주는 피더튜브가 낡으면서 약간의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후 포인트 레프로 원전은 380개의 압력관과 760개의 피더관, 피더튜브 등을 모조리 교체하는 대규모 정비작업을 진행한 뒤 9년 여 만인 지난 2012년 11월 재가동에 들어갔다. 껍데기는 그대로 남겨놨지만 내부 주요 부품을 모두 바꿔 신규 원전급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랜빌 소장은 “원전 운영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라며 “포인트 레프로 원전은 재가동 후 200만 시간 무사고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기술로 되살린 포인트 레프로…멈춰선 월성 1호기

월성 1호기는 포인트 레프로 원전보다 1년 늦은 2004년 설비개선에 들어갔다. 재정비 작업 당시 월성 1호기도 피더튜브가 낡는 등 포인트 레프로 원전과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제점을 간파한 후 포인트 레프로 원전 측에 해결책을 알려줬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이 공사 진행 과정에서 기술 결함, 안전사고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재정비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기술력 덕분이었던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포인트 레프로 원전보다 1년 늦게 설비개선작업에 들어갔지만 프로젝트는 먼저 끝냈다”면서 “심지어 우리가 포인트 레프로 쪽에 기술도 전수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두 원전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은 재승인을 받고 정상 운영 중인 반면, 월성 1호기는 2년 넘게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 현재 월성 1호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검증단의 스트레스테스트를 끝내고, 재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1만년 빈도의 자연재해 등을 가정해 원전의 대응능력과 안전성 증진사항을 도출하기 위한 검증 절차다.

월성 1호기와 포인트 레프로 원전에 들어간 ‘캔두 6 원자로’의 설계사인 캔두에너지 측은 월성 1호기의 기술적 안전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사가(Mississagua)에 위치한 캔두에너지 본사에서 만난 제리 호프우드(Jerry Hopwood) 캔두 부사장은 “월성 1호기는 재정비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상태”라면서 “완전히 새로 지은 원전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캔두 원자로는 디자인 설계상 60년까지 운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포인트레프로 원전의 내부 모습. 터빈실 한켠에는 구 터빈 2기가 은박 비닐에 덮인 채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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