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투자자들이 우선 한숨을 돌렸다지만,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다시 삼성전자에 대한 ‘러브콜’을 재개하고 6만전자를 회복하려면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엠피닥터에 따르면 2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200원(3.94%) 오른 5만 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 상승률(4.02%)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였다. 삼성전자가 급등하자 코스피 역시 전 거래일보다 29.16포인트(1.13%) 오른 2612.43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1억 9200만원 사들였다. 이로써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이어진 33거래일간의 순매도 행진도 막을 내렸다. 이 기간 외국인은 무려 12조 9394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55.98%에서 52.64%까지 하락했다.
기관 역시 이날 3거래일 만에 삼성전자를 순매수하며 1556억원 어치를 담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쌍끌이 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16일 이후 약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이날 상승세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사에 조건부 승인됐다는 보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한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HBM 공급사에 조건부로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인공지능(AI)칩 ‘블랙웰’ 수요에 비해 탑재할 HBM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공하는 HBM 기술적 사양과 출하량이 제한적인 만큼, 공식 협력사로 합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의 단초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HBM 밸류 체인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심리를 자극할 뉴스다. 실제 삼성전자의 순매도가 이어진 기간(9월 3~10월 25일) 외국인은 HBM 밸류 체인의 수혜를 입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를 8235억원 사들이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까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5만 5900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1월 3일(종가 기준, 5만5300원) 이후 가장 저조한 주가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비록 실망스러운 3분기 잠정 실적을 안겼지만,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세적 반등 여부는 아직…3Q 컨콜로 관심 집중
시장은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무난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쇼크는 성과급 충당금이 반영된 수치로 4분기에는 11조원의 영업이익 회복이 기대된다”면서 “지난달 일 평균 반도체 수출 중량이 급증하며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반도체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291.66% 증가한 11조 632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3분기 영업이익(9조 1000억원) 보다도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외국인의 ‘하루’ 순매수 전환에 안심하긴 이르다고는 목소리도 있다. 순매수 규모가 92억원 수준으로 미미한데다, 이날 역시 마감 동시호가에서 매도 물량이 빗발치며 매수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삼성전자는 올해만 엔비디아 퀄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 통과 여부를 두고 주가가 급등했다가 빠지기도 했다. 현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분명히 가격 매력이 있는 구간이지만, 6만전자를 회복해 다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려면 확실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은 31일 열리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과 내달 1일 개최되는 55주년 창립기념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내놓은 삼성전자가 쇄신을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는지에 따라 이번 반등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도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