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지구를 향해 던진 이 말은, 획기적인 발전의 첫 번째 성과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어구가 됐다. 다소 상투적일수 있지만 이 어구를 인용하며 서두를 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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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일단 조금 낯설어하는 눈치다. 정부에서, 그것도 업계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인정보 분야의 주무기관이 다소 생경한 ‘안내서’라는 형식의 자료를 발간한 만큼 이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AI 기업에 몸담고 있는 몇 안 되는 변호사로서, 안내서 자체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국내 AI 업계에는 커다란 도약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먼저 내용적인 측면에서 우리 현행법과 세계적 규제동향 사이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전 세계 AI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안전성과 산업 진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안내서는 우리 정부가 기존 법 조항을 꼼꼼히 살펴 신기술에 맞게 재해석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특히 AI에 대한 고려가 없던 기존 법령의 틀 내에서 선진국 수준과 유사한 제도를 적시에 도입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안내서라는 틀을 택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AI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 속도는 전례 없이 빠르다. 이런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정립된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개정이 어려운 경성규범(Hard Law)보다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성규범(Soft Law)이 적합할 수 있다. 안내서를 발간해 선제적으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이 묘수의 효용은 다가올 미래에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책협의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도 절차적인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안내서의 전문성과 균형성이 배가 됐다. 스캐터랩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기업 중 하나로서 이번 정책협의회에 참여해 그동안의 서비스 경험과 누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내서 개발 과정에 기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안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이다. 기술이 갑자기 발전해 새로운 문제를 던질 수도 있고, 혹은 모두가 놓친 허점이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은 혁신 국가의 숙명과도 같다.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첫 발이 인류의 우주 시대를 여는 상징이 된 것처럼, 이번 안내서가 한국 AI 산업의 황금기를 여는 첫 발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