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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 '후폭풍'…자금 조달 비상 걸린 카드사

김국배 기자I 2023.10.10 16:35:36

은행채 발행 쏠림 우려…여전채 금리 더 오를라
카드사들 조달 비용 부담 ↑
카드론 금리도 끌어올릴 듯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오른 가운데, 이달 들어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서 카드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면 여전채 금리는 더 오를 수 있어서다. 금리가 올라가면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등급 AA+인 3년 만기 여전채 평균 발행 금리는 연 4.761%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연 4.619%)보다 0.14%포인트, 약 한 달 전인 지난 9월 6일(연 4.494%)에 비하면 0.2%포인트가 넘게 오른 것이다. 지난 4일엔 4.884%를 찍었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6%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3월 3%대로 내려갔지만 4월부터 다시 오르는 중이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여전사)는 대부분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대출해줘 수익을 얻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도 나서고 있지만 규제 등으로 한계가 있어 여전히 여전채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가뜩이나 조달 비용이 커지는 와중에 은행채 발행 증가로 여전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AAA로 초우량채라, 여전채 수요가 외면받으면 금리를 더 올려서라도 수요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당시 출시됐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은행권에서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풀어줬다. 금융위원회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채권 발행을 만기 물량의 100~125%선으로 제한했었다.

이미 은행채 발행은 차츰 늘어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5월 제외) 순상환 기조를 이어오던 은행채는 지난달 순발행(4조7000억원)으로 전환했다. 이달부터 한도가 폐지된 만큼 4분기에는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풀리면서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여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조달 상황이 매우 악화되고 있지만 대체 조달 수단도 마땅치 않아 당국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AAA급 은행채 발행이 많아지면 여전채 등은 수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사채, 은행채에 쏠리고 있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조달 비용 부담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 하반기 고금리 탓에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대손충당금을 늘린 전업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8% 감소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론 금리도 영향을 받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8월 말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49~15.06%였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7월엔 12.74~14.6%였는데 이제 연 15%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8월 말 기준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8조6850억원으로 전월(38조1873억원)보다 4977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에 비해선(36조3191억원) 2조3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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