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앙숙’ 부산 양대 조폭 실제 패싸움… 쫓고 쫓기다 결국은

송혜수 기자I 2022.08.31 18:15:0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30여년간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자리를 두고 세력다툼을 벌인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지난해 5월 부산 한 장례식장 앞 조직폭력배 보복폭행 장면 (사진=부산경찰청)
31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부산지역 2개 폭력조직 조직원 73명을 검거해 2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 도심 번화가, 장례식장 등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거나 시민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파와 B파로 나뉜 두 폭력조직은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신규 조직원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등 수십 년간 대립 관계에서 각자의 세력 불리기에 매진했다. A파는 2019년 1월부터 2년간 신규 조직원 14명을, B파는 2017년 1월부터 4년간 신규 조직원 22명을 끌어들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두 집단이 맞붙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부산 해운대구 한 주점에서 A파 조직원과 B파 조직원이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적으로 수가 많았던 B파가 A파 조직원들을 집단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A파 조직원 1명이 달아나자 B파 조직원은 이를 SNS에 올리며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A파는 조직원 5명을 동원해 해당 SNS를 올린 B파 조직원과 광안대교에서 부산진구 문전교차로까지 추격전을 벌였다. 붙잡힌 B파 조직원은 A파 조직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A파와 B파가 흉기로 무장한 채 부산 도심 한가운데서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 (사진=부산경찰청)
이후 B파 조직원 8명은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A파 조직원 2명을 상대로 보복성 폭행을 가했다. 집단폭행에 가담한 조직원 대부분은 20대 신규 조직원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수개월 동안 부산 서명 등 번화가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여왔다.

이 밖에도 이들 폭력조직은 직접 운영하는 주점에서 소란을 피운 손님의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 숙박업소 직원이 불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직원의 주거지까지 찾아가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부산지역 경쟁 사이인 폭력조직끼리 보복 폭행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1년 2개월간 수사를 벌여 조직 간 세력다툼에 가담한 이들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B파가 불법 성매매 업소 6곳을 운영하며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범죄수익금 1억 2000만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해 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조폭은 대부분 하급 조직원들이지만 폭행 및 상해 교사 혐의 또는 범죄수익금 추적 수사를 위해 상부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조폭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경찰은 신고자 신원을 보호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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