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이 비운 자리, 우리가 메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국내 모바일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LG폰이 점유했던 약 11%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외산폰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모습이다.
당장 국내 시장 2위 애플은 오는 14일 공개할 ‘아이폰13’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LG전자 유통망(LG베스트샵)에 탑승한 만큼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더불어 대만 HTC, 미국 모토로라, 구글 등 외산폰들도 국내 시장 재진출을 위해 인증, 인력 채용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부동의 1위’ 삼성전자가 LG폰 점유율을 흡수할지, 아니면 심기일전한 외산폰들이 틈새를 파고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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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11억 달러(한화 1조3000억원) 규모의 공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안정적이었던 2019년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추정된 수치다. 올 2분기 기준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1%로 삼성(71%), 애플(17%)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LG폰이 떠나간 11%의 점유율은 누가 가져갈까. 7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애플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애플은 오는 14일 신제품 ‘아이폰13’ 공개를 공식화하면서 새로운 ‘무기’도 준비된 상태다. 워낙 국내의 아이폰의 선호도가 높은데다, 신제품 효과까지 겹쳐 기존 LG폰 수요까지 일부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 유통망에 탑승한 것도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달부터 LG베스트샵을 통해 애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자급제폰 구매 비중이 높지 않고, 아이폰12가 출시된 지 꽤 지난 시기여서 LG베스트샵의 아이폰 판매량도 적은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아이폰13이 나오면 판매 측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오프라인 매장도 확대한다. 애플은 지난해 말 국내 두 번째로 애플스토어를 오픈한데 이어, 추가로 2개 지점을 연다. 현재 애플스토어 3호점은 서울 명동 인근에 들어설 것으로 전해졌으며, 애플은 이를 위한 인력 채용에도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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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외에도 최근 LG폰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외산폰들의 행보가 분주한 상황이다. 9년 전 국내 시장에서 한 차례 철수했던 대만 HTC가 대표적이다. HTC는 최근 국내에서 영업 및 사업개발 담당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한 영업전략, 계획 등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모토로라도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 중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모토 G50 5G’에 대한 전파인증을 획득했다. 일반적으로 전파인증을 획득했다는 건 국내 시장에 제품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보면 된다. 모토로라도 2011년 ‘레이저’를 끝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지 약 10년 만에 되돌아오는 셈이다.
후발주자인 구글 역시 자체 스마트폰 ‘픽셀폰’의 국내 출시를 위해 관련 인력들을 채용 중이다. 만약 구글이 픽셀폰을 국내 출시한다면 2013년 ‘넥서스’ 시리즈 이후 약 8년 만의 복귀다.
외산폰 후발주자들은 주로 중저가 제품군으로 국내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플래그십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후발 외산폰들이 당장 주류가 되기 어렵다. 때문에 과거 LG폰이 강점을 가졌던 촘촘한 중저가폰 시장을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플래그십폰 경쟁에 나서야 하는 애플은 기존 LG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추가적인 마케팅 노력을 병행할 전망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외산폰들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성향과 소비자 경향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과거 LG폰 주요 제품 가격대, 유통 및 판매 채널 등 주요 사업 전략들을 잘 이해하고 벤치마킹해 LG폰 사용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리 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다변화된 경쟁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