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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짜리 휴지조각될라'…美SEC, 허츠 신주 발행 제동

정다슬 기자I 2020.06.18 16:08:11

허츠, 5억달러 조달하면서 "가치 없어질 것 확신"
도박성 투기 자금 노린 신주 발행
FAANG 닮은 FANGDD도 급등…제레미 그랜담 "미친 짓"

△뉴욕 허츠 대리점 외관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5월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 글로벌 홀딩스의 신주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파산 보호 신청한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투기적 거래가 횡행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공개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츠의 주식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지한 후에야 주식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허츠는 지난 5월 22일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코로나19로 여행·출장이 어려워지면서 렌터카 이용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5월 26일 40센트까지 떨어졌던 주식은 갑자기 급등하더니 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 허츠의 주식은 2달러이다.

파산 위험에 놓인 기업의 주가가 이토록 들썩이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소액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기 자금이 몰린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 파산 기업까지 사는 야수의 심장…스포츠 도박판에서 왔다) 허츠처럼 주당 가격이 저렴하고 변동성이 큰 주식을 단타로 매매해 차익을 노리는 ‘도박성’ 투자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무엇이 됐든 허츠로서는 이같은 장세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허츠는 지난 15일 신주를 발행해 5억달러를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과 달리 주식 소유자들에게는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투자금을 되돌려줄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허츠는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신주는 무가치해질 것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회사가 ‘우리 회사는 가치가 없어요’라고 선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허츠는 지난 10일 뉴욕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허츠는 이에 대해 상장 폐지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날 SEC의 규제에 대해서도 단타성 투기자금은 반응했다. 규제당국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우려하며 제동을 건 셈이지만, 이보다는 증자가 중지되면서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더 반응했다. 이날 허츠 주식이 급등하면서 오전 거래가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시장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투기성 거래는 허츠뿐만이 아니다. 9일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국 부동산중개사이트 판 ‘팡둬둬’(房多多)의 주가가 400% 가까이 폭등한 일이 일어났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 급등의 원인을 팡둬둬의 영어 표기가 ‘FangDD’로, 미국 대표 기술 기업인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머리글자를 딴 ‘FAANG’과 비슷한 점을 찾고 있다.

제레미 그랜담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며 “지금은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이것이 나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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