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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출시 2년만에 150만대를 팔아치운 무풍에어컨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삼성전자(005930) 무풍에어컨을 개발에 참여한 서형준 생활가전사업부 마스터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풍에어컨 개발 배경을 이같이 소개했다. 무풍에어컨은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이 찬 바람이 직접 닿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6년 내놨다.
무풍에어컨은 운전 초기에는 기존 에어컨처럼 강력한 회오리 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무풍에어컨은 여기에 더해 설정 온도에 도달 시 찬바람 대신 무풍냉방으로 전환,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강한 바람이 나오는 토출구를 닫는 대신 13만5000개에 달하는 미세한 구멍에서 바람을 내보내 간접풍으로도 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미국 냉조학회 기준 기류의 속도가 0.15㎧이하면 사람이 기류감을 느끼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0.15㎧ 이하의 속도로 찬 공기를 내뿜으면서도 온도 편차는 3℃이하로 균일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개념의 무풍에어컨을 2011년부터 선행개발했다. 미세 바람으로 찬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하자 가로, 세로 길이가 1.7미터에 이르는 거대 에어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세 구멍을 만들기 위해 천 소재부터 메탈 소재까지 사용해봤다.
하지만 천 소재는 오염에 취약했고, 메탈 패널에는 이슬이 맺히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오디오 스피커 방식으로 메탈 패널에 균일하고 작은 구멍을 뚫어 5년의 연구·개발 끝에 무풍에어컨을 출시했다.
서 마스터는 “자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불쾌해하고 간접 바람을 쐐기 위해 다시 에어컨을 설정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와인저장고나 석빙고에 들어가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원하듯, 무풍 냉방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풍에어컨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년간 누적 판매량은 150만대에 육박한다. 국내 삼성 에어컨 판매량의 90%가 무풍에어컨이다. 삼성전자는 무풍 냉방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 벽걸이 에어컨과 시스템 에어컨에도 이 기능을 적용했다. 올해는 보급형 스탠드형 무풍 에어컨과 무풍 공기청정기까지 내놨다.
2018년형 무풍에어컨은 삼성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빅스비’가 탑재돼 음성 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출 전 “빅스비, 11시에 에어컨 켜줘”라고 말하면 스스로 냉방을 가동해 빈집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다른 가전과 함께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에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외출·수면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에어컨을 별도로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는 삼성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제품도 연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