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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9월7일 발표한 ‘새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방향’ 후속 조치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정부 규제가 신산업·신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번 과제를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법 도입을 위한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의견차로 법안 통과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규제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 신산업·신기술 분야,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 규정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규제혁신 방안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규제 샌드박스 도입 △시범사업 추진으로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신산업 규제특례의 원칙과 기본 방향을 담아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산업·신기술 분야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규정하고, 신산업 분야 규제특례 부여 방향 및 규제정비 의무를 신설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혁명적 접근’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근본 단계에서부터 규제혁신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근거 규정이 있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주길 바란다”며 “기존 법령에서 규제하더라도 시장에서 상품화가 가능한지, 최소한 시범사업이라도 하는 것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법령은 모든 개념 규정이 한정적·열거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신산업을 법령에서 흡수하기 어렵다”면서 “그런 개념들을 포괄적으로 유연하게 분류해 신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 즉시 법에 저촉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대 규제혁신 패키지법’ 2월 국회 입법 추진
정부와 여당은 2월 정기국회에서 규제프리존법을 보완한 4대 패키지법 통과를 통해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4대 패키지법이 과거 여당의 ‘규제프리존 특별법’ 대안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국회 처리과정에서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박근혜정부 시절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지역별 맞춤형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을 지정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법안이다. 당시 대한상의 등 재계가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국회 통과를 압박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결국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더라도 입법 지연 등으로 현장의 혁신을 막고 있는 규제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규제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출퇴근 시간대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잇는 카풀앱에 대해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일부 허용하는 방안의 경우 택시업계와 온·오프라인 연결(020) 업계간 갈등이 여전하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금융상담사)의 온라인 대면을 통한 투자일임계약 허용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오프라인 지점에 소속된 금융상담사 직원들의 역할을 대체해 영업활동은 물론 일자리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여의도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에서 “규제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규제로 인해 형성된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개혁, 노동문제의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 등 구체적인 방안이 현장에서 빨리 시행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가 입법 등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