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독버섯] "증권범죄, 꼬리자르기 행태 문제있다"

송이라 기자I 2015.10.22 16:06:30

금융당국 "개인에만 책임 묻는 건 문제, 회사가 책임져야"
준법감시인 권한 높이고 성과별 인센티브 부여 등도 논의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 직원들이 시세조종을 하거나 블록딜 거래에 나설 때 뒷돈을 받다 수사망에 포착되면 회사측은 “직원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일종의 꼬리자르기다.

회사마다 준법감시 및 리스크관리 부서가 있지만 직원 개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항변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이은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2일 “회사가 특정 직원의 잘못을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 어떤 장치들을 마련하면 좋을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고심 중이다. 특히 범죄 사실이 드러났을 때 금융투자회사들이 직원 개인이 저지른 사고로 선 긋고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준법감시가 영업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지는 금융회사의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준법감시인의 지위가 낮다면 윗선에서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도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내부통제를 잘 시행하고 있는 회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은행권이 지난 9월에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만든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연내에는 대략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내부통제는 CEO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은 업무”라며 “내부통제에 돈이 들어가는 것을 ‘비용’으로 여기는 CEO일수록 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들의 자기매매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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