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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安·劉 함께 가자”…사퇴 거부하고 총선플랜 발표
손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유승민 대표님, 함께 갑시다. 이제 싸우지 말고 승리의 길로 나갑시다”라고 말했다. 이날 손 대표의 선언은 비당권파의 거센 퇴진 요구로 최고위가 수개월째 정상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하는 것도, 민주평화당 또는 평화당 탈당파인 대안정치연대와 통합도 모두 반대했다. 한국당과 보수통합은 구태정치의 복귀고 평화당·대안정치연대와 통합은 지역정당으로 쇠락하는 길이라는 게 손 대표의 주장이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은 좌우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중도의 길로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며 “바른미래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당제 의회에서 연합정치를 실현해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제3지대가 완성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절망이 중간지대를 크게 열어놓을 것”이라며 “중심을 잡는 바른미래당에게 민심이 쏠릴 것이다. 새로운 정치, 제3의 길을 수행하기 위한 새판짜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곧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인재개발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총선 준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여성과 만 50세 이하 청년들로 공천의 50% 이상을 채우는 한편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 100% 국민참여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에게는 야당과 함께 거국 내각을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 손 대표는 “저는 더 이상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남은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를 바꿔 누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이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정면돌파를 공개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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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당이 손을 쓰기 어려울 만큼 계파 갈등을 겪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제시하기보단 말만 앞세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손 대표는 이날 “당의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며 비당권파의 반발에 강력히 대처하겠단 의지도 밝혔다.
손 대표는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를 설득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기에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두 전 대표는 (대안이 없으면) 나갈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며 반문한 뒤 “헤어져 실패하고 망하는 길을 가서는 안된다. 대책이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의 문제”라고 답을 피했다. 또 두 전 대표와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특별한 교류가 없다. 이 시각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든 채널 동원해 소통할 것이고 협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에 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퇴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손 대표는 “당이 화합해 지지율 높이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혁신위 파행 이후 당을 분열하고 지도부 끌어내리려는 일만 있어서 지지율이 올라갈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후 ‘손학규 선언에 붙여’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손 대표의 사퇴촉구를 이어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 상태다. 자신이 주장해서 자신이 만든 혁신위마저 좌절시키는 ‘당권 집착’과 수시로 말을 뒤집는 양치기 소년 행태 때문”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지키지도 못할 허망한 약속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당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오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손학규 선언’의 반박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