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최저임금 인상, 저숙련 노동자에 타격…속도 완화해야"

조해영 기자I 2019.05.22 18:00:01

성장률 하향 조정하며 "최저임금이 일자리 창출 걸림돌"
"두자릿수 인상…저숙련 노동자 직업 얻기 어려워져"

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로 작용해 저숙련 노동자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한국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OECD는 지난 21일 발표한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2%p 하락한 수치다. OECD는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5% 수준으로 전망했다.

OECD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해외 수요 부진에 직면한 일부 업종에서 제조업 구조조정과 최저임금의 두자릿수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이 29% 오르면서 특히 저숙련 노동자들이 직업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 중 하나인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일자리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업분류상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에 해당하는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 등을 합한 취업자 수는 지난 2017년 908만 8000명에서 지난해 892만 8000명으로 줄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소폭 감소했다.

정부 역시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일부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고용감축과 근로시간 단축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도소매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여 임금을 낮추거나 일자리를 줄였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와 적은 시간대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음식·숙박업은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고용하는 종업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

OECD는 한국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봤다. OECD는 “최저임금 인상을 완화해야(moderate) 한다”며 “더 높은 생산성을 수반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질 경우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도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OECD는 “한국은 저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지만 주52시간제 도입과 생산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동결로 정책의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노동자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임금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확충에 재원을 투자하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