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둘러싼 열강들, 미묘한 '온도차'…미·일 '경계' vs 중·러 '지지·환...

방성훈 기자I 2018.03.07 17:29:40

美트럼프 “가능성 있는 진전”…펜스 “비핵화 우선해야 대화”
中 “대단한 文 외교성과, 환영·기대…美, 대화 나서야”
日 “압박 수위 높이며 상황 지켜봐야” 경계
러시아도 “환영·지지…이제 美에 달려 있어” 대화 참여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김인경 베이징 특파원]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관련,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이 시각차를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적극 지지하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미국과 일본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美트럼프 “가능성 있는 진전”…펜스 “비핵화 우선해야 대화”

미국에선 대북 강경책 덕분에 북한과의 대화 기회가 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남북정상회담 합의 및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 트위터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한다면 다른 방향, 즉 대북압박 강화 및 군사조치 등 기존에 밝혀왔던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성명에서 “북한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핵·미사일 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신뢰할만한, 그리고 검증가능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 원칙과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김정은의 결정이) 옳은 방향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가능성 있는 진전’에 대해선 대통령도 우리가 동맹국들과 함께 다음 조치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꽤 좋은 지점에 서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미국에 도착하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中 “대단한 文 외교성과, 환영·기대…美, 대화 나서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에 중국 정부와 언론은 일제히 환영과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이들은 한반도 정세가 변하려면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을 다시 한번 정조준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밤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 방북 결과’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고 “중국은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점에 주목한다”면서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자정 무렵에 대변인 담화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한반도 정세 변화를 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글로벌타임스와 환구시보는 공동사설을 내고 “한국 특사단의 평양 방문 덕분에 남북 간 고위 대화에서 주요한 진전이 이뤄져 환영하고 격려할 만 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 속에 대단한 외교적 독립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체들은 “미국의 태도가 한반도 상황에 가장 중요한 데 북미 간에 서로 신뢰가 없다. 미국은 북한이 남북관계 완화를 통해 시간을 벌려 하고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는 걸로 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항복시키겠다는 환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성 지린대 교수도 “대화를 위해 북미 모두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실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 진전될 지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거들었다.

◇日 “압박 수위 높이며 상황 지켜봐야” 경계

일본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의 의도를 신중하게 파악하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당분간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각국과 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한미일 3개국이 협력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압박을 최대한으로 높여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들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과의 과거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충분히 토대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는 다양한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시작했지만, 특사 파견 결과에 대해선 (의사소통) 시기를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한국과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전혀 언급된 게 없다”며 “북한의 목표는 체제보장에 대해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미국으로부터 확약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등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의 자세가 진심인지를 신중히 지켜본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 역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채 남북이 관계개선을 서두르면 한미동맹 약화와 한일을 둘러싼 안보 악영향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진전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조건이 많은 만큼 협상은 이제부터”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환영·지지…이제 美에 달려 있어” 대화 참여 촉구

러시아는 중국과 입장을 같이 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한국 동북아평화협력 의원단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남북한 대화 지속과 확대·심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면담에서 “러시아가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서 더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모르굴로프 차관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물꼬를 튼 화해 분위기를 외부 세력이 훼손하지 않도록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상원 국·안보위원회 부위원장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는 “러시아는 미국과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선 모든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공은 이제 한국과 북한이 아닌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은 사실상 미국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협상 과정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지 않고, 다양한 대북 도발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에게 합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합의를 당연히 지지하고 환영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