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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하반기 본격 채용…문 넓어졌다(종합)

권소현 기자I 2017.09.07 17:07:46

금융공기업 취업문 27% 넓어져
시중은행도 작년보다 두배 이상 늘리기도
"일자리 창출 정부정책에 부응"

[이데일리 권소현 노희준 기자] 금융 공기업을 비롯해 시중은행까지 하반기 금융권 채용이 본격 시작됐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주요 금융 공공기관의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27%가량 넓어졌고, 시중은행도 하반기에 많게는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채용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자 이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하반기 금융권 채용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다양한 선발방식을 도입해 실력 위주의 채용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핀테크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까지 7개 금융공기업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른다는 점도 특징이다.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문 확대한 금융 공기업, 한날 시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공공기관이 필기시험을 치르는 이른바 ‘A매치 데이’는 10월21일로 정해졌다. 올해부터는 금감원 역시 이날 필기시험을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중복합격과 과도한 경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취지로 한날에 채용시험을 치르는 ‘합동 채용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7곳이 모두 한날 시험을 치르게 됐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지게 된 셈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만이 10월14일에 필기시험을 본다.

다만 올해 채용 규모는 늘어났다. 우선 가장 많은 채용에 나선 기업은행이 250여명을 뽑는다. 지난해 190명에 비해 60명 늘었다. 지난해 86명을 선발했던 신용보증기금은 108명으로 취업규모를 100명대로 늘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4명에서 70명으로, 금융감독원도 54명에 57명으로 모집인원을 늘렸다.

상반기 채용에 이어 하반기 채용에 또다시 나선 곳도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상반기 채용형 청년인턴 10명을 선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6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40명보다 대폭 늘어난 규모다. 캠코 역시 상반기 55명(채용형 청년 인턴)을 뽑았지만 하반기에도 29명을 선발키로 했다. 캠코는 신입직원을 채용형 인턴으로 뽑는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90% 이상이다

반면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곳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31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20명으로 35% 넘게 줄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 탓이다. 수은은 부실 대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지난해 창립 40주년 만에 첫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자구차원에서 직원 정원을 축소했고 신규 채용 규모도 줄였다.

◇시중은행 채용 두 배 이상 늘리기도

시중은행도 채용규모를 확대하며 정부와 보폭 맞추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신입행원을 비롯해 변호사와 세무사, 보험계리사, 변리사 등 전문디지털인재 등 핵심성장부문 인력, 경력직까지 포함해 하반기에 500여명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규모 240명과 비교해 두배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전날 하반기에 450명을 선발하겠다며 채용공고를 냈다. 작년 하반기 24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음 주에 채용공고를 낼 예정인 KEB하나은행은 2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고 NH농협은행은 작년 하반기 수준으로 채용할 예정이지만 이미 상반기에 200명을 선발한 만큼 연간 총 채용인원은 작년의 두 배를 웃돌 전망이다. 이미 채용절차에 돌입한 우리은행도 하반기에 글로벌 인턴십 포함해 40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작년 하반기 150명에 비해 두배 이상 확대했다.

출신과 배경 상관없이 능력 중심의 인재선발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이 은행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입사지원서에 자격증이나 어학점수 등의 항목을 없애고 면접 역시 100% 블라인드로 진행한다.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서류에서 역량을 판단하는데 불필요한 항목을 뺐다.

아울러 IT와 글로벌 인재 선발을 확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면거래에서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거래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다양한 핀테크 기술이 등장하면서 IT 인력 수요가 커졌고, 글로벌 진출 강화로 지역특화 인재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부문 신입 행원과 경력직을 따로 모집 중이고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러시아 등 12개국 언어에 능통한 인재를 우대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신입행원을 일반과 IT로 나눠 뽑고 디지털금융, 데이터분석 경력자 등을 핵심성장부문 인력으로 별도 채용한다. IBK기업은행도 빅데이터분석, 정보보안, 핀테크, 인공지능(AI) 등을 담당할 IT부문 인력을 따로 채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발맞춰서 일제히 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채용방식도 능력 위주의 선발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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