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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려되는 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부양 카드를 적지 않게 꺼냈음에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기 거시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구조적 저성장 추세라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께부터 대부분 분기당 0%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기업투자 가계소비 모두 부진한 韓 경제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는 우리 경제의 이런 냉정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가장 큰 우려는 경제첨병인 기업의 경제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당장 설비투자가 부진하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5.9%에 그쳤다. 2014년 1분기(-1.1%) 이후 2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건 실탄이 없다기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계 분석이다.
수출과 제조업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기 대비 -1.7%였다. 제조업의 경우 -0.2%에 불과했다.
한은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연초 완성차업계는 그야말로 ‘암울’ 그 자체였다. 1월이 대표적이다. 연말 한시 운영된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나자 업계는 ‘판매 절벽’에 시달렸다. 이를테면 르노삼성자동차의 내수 판매는 3000대에도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1만235대)의 4분의1 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자동차(005380) 기아자동차(000270) 한국GM 쌍용자동차(003620) 등 다른 회사의 실적도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1월 쇼크의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완성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나 증가했다. 최용운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특히 12월 완성차 판매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그러나 1월로 넘어오며 곤두박질 치면서 1분기 판매 증가율도 6.9%로 급감했다.
더 주목해야 할 포인트도 있다. 완성차업계가 내수에 관심이 높은 건 수출이 부진한 현실도 동시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개소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봤던 지난해 4분기 때 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3.5%)을 했다. 올해 1분기는 -11%로 더 안 좋았다. 업계 사람들은 “2분기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기업의 경제심리가 얼어붙은 건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 1분기 민간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덮친 지난해 2분기(-0.1%)보다 더 낮은 -0.3%를 기록했다.
◇거시정책 약발 안먹힌다…추세적 저성장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다. 1분기 정부 주도의 소비와 투자는 더 증가했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1.3%로 상승세다. 정부투자도 증가세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92조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올해 쓸 돈의 33%를 미리 당겨서 집행한 것이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도 준수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2.4%)이었다가 올해 1분기 5.9%나 성장했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난 덕이다. 건설 투자도 정부 몫이 많았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재정집행률이 높게 나오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많이 지출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정부 투자가 1분기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기를 꿈틀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런 추세는 굳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분기당 성장률이 1% 이상 기록했던 적은 8차례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0년 3분기~2011년 1분기는 1.0%에 턱걸이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식의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구조적인 불황 요인이 크다”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고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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