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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부터 대우증권까지…뜨거웠던 2015년 M&A시장

조진영 기자I 2015.12.28 16:40:54

[2015년 M&A시장 결산]<上>
불투명한 미래..구조조정 매물 쏟아져
몸집 키운 국내 PEF, 메가딜 도전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거래마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반복될정도로 활황이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한 대형 M&A가 활발했던 점도 특징이었다.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국내 M&A 시장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이뤄진 430여건의 거래 가운데 1조원이 넘는 딜만 10여건에 달했다. 이중 홈플러스 딜은 국내 M&A 역사상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연말까지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불투명한 미래..대기업발 구조조정 매물 쏟아져

유난히 구조조정 매물이 많은 한해였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기업들이 주력 업종 위주로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업구조조정 매물의 중심에는 삼성이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한 사업재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방위산업 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와 석유화학계열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1조9000억원을 받고 한화에 넘긴데 이어 올해도 화학 계열사를 정리했다. 롯데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케미칼사업부 등을 패키지 3조원 인수했다.

자금난에 휩싸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았다. 2009년 밥캣(Bobcat) 인수로 한차례 자금난을 겪은 이후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기계 사업 부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3일 1조3600억원을 제시한 글로벌 PEF 스탠다드차타드(SC) PE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롯데의 KT렌터카 인수도 화제의 M&A였다. 롯데는 1차 본입찰에서 7000억원을 써냈지만 2차 본입찰에서 1조200억원을 써내는 작전으로 인수에 성공했다. 롯데는 공유경제 관련 사업 유망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입장이었다. 2010년 7631억에 산 금호렌터카를 2500억원가량 더 주고 판 KT입장에서도 이득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복귀로 날개를 단 SK도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SK는 CJ헬로비전 인수에 1조원을 쏟아부었다. M&A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SK는 최 회장이 수감된 2011년 이후 단 한 건의 M&A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사업 확장 및 재편을 노린 것이다. IPTV 가입자 330만명을 보유한 SK텔레콤과 케이블 가입자 420만명을 가진 CJ헬로비전 합병이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 구도가 바뀐다. 양사의 알뜰폰인 SK텔링크와 헬로모바일의 결합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몸집키운 국내 PEF..메가딜에 도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모펀드(PEF)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몸집이 커진 국내 PEF들이 바이아웃(Buy-out)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와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올해 국내 M&A 딜 규모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MBK는 올해 국내 M&A시장 역사를 새로 썼다.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42억4000만파운드(약 7조68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M&A 역사상 최고액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이는 2007년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현 신한카드)를 인수할 때 쓴 6조6765억원을 넘어선 액수다. 국내 PEF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등 글로벌 PEF를 제쳤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국내 M&A 규모 2위를 차지한 한라비스테온공조 딜도 PEF의 작품이다. 국내 PEF인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손잡고 미국 비스테온으로부터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인수했다. 매각가는 3조9000억원으로, 한앤컴퍼니가 2조8000억원을 대고 나머지 금액을 한국타이어가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한앤컴퍼니는 노하우를 가진 공동인수자와 함께 기업가치를 높이고, 한국타이어는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어 윈윈(win-win)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각 규모 상위 10위 안에는 국내 PEF가 매각자로 나선 거래도 있었다. 올 초 1세대 PEF인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을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매각했다. 매각 대상은 지분 63%로 액수만 1조1319억원이었다. 이는 중국자본이 한국 보험시장에 들어온 첫 사례로도 기록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매물도 주목

이밖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묶여있던 기업들도 주목을 받았다. 올초 축산업체 하림은 해운운송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조79억5000만원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계속 악화돼온 팬오션은 2013년 회생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곡물유통분야에 진출하겠다는 하림의 인수로 2년 2개월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연말에는 산업은행이 내놓은 KDB대우증권이 M&A 시장을 달궜다. 미래에셋은 2조4000억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를 제쳤다. 1986년 동원증권 지점장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박현주 회장이 회사 설립 20여년만에 M&A를 통해 국내 최대 증권사 회장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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