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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졸업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학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이 늘어선 한 건물 정문에는 날달걀을 던져 흰자가 묻은 흔적이 남아 있기도 했다. 본관 맞은 편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시위 의견을 모으기 위해 벗어놓은 과잠(학교 점퍼)이 비닐에 덮여 놓여 있었다.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한 졸업생의 친구 남모(26)씨는 “친구 졸업을 축하해주려고 왔는데 래커칠 때문에 사진 각도가 잘 안 나온다”며 이리저리 휴대전화를 움직였다.
일부 학생들은 사진을 찍지 않기도 했다. 학위증만 받고 캠퍼스를 떠나던 한 졸업생 A(25)씨는 “졸업 때 스냅촬영을 하는 게 로망이었는데 이대로는 사진이 안 예쁠 것 같다”며 “학위증만 받고 사진관에서 따로 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계열 졸업생 김모(23)씨도 “건물이나 바닥에 적힌 문구들이 부모님께서 보시기에 안 좋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친구들끼리만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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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를 둘러보던 졸업생 이모(25)씨는 “사랑하던 캠퍼스가 하필 졸업할 때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친구들도 다들 안 찍는다고 하길래 저도 캠퍼스 대신 사진관에서만 찍었다”고 말했다. 졸업을 미뤘다는 학생도 있었다. 사회과학대학 졸업유예생인 B(24)씨는 “정말 오로지 래커칠 때문에 사진을 남길 수 없으니 졸업을 미뤘다”며 “후기 학위수여식 전에는 꼭 (래커칠이) 지워질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본부 측에 ‘졸업식 때만이라도 래커칠을 흰 천으로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동덕여대와 성신여대는 각각 남녀공학 전환 문제와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문제로 학생들의 래커칠 시위를 겪었다. 동덕여대의 경우 사태가 벌어진 지 넉 달이 다 돼 가지만 피해 보상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 측 간 갈등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학교 본부 측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래커칠 시위를 벌인 학생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는 학생 측에 “날씨가 따뜻해지는 대로 제거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