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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 흥행이 유통업계에 미친 영향은

윤정훈 기자I 2022.09.15 19:09:08

GS25서 판매 두 달만에 매출 100억원 돌파
윗세대와 다른 술에 흥미느낀 Z세대가 문화 주도
증류주 소비 증가 폭발적…GS25서 참이슬도 위협
CU ‘빛소주’, 세븐일레븐 ‘임창정의 소주 한 잔’ 등 증류주 확산 이어져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일명 ‘박재범 술’로 불리는 ‘원소주 스피릿’이 편의점 소주 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구매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주도하에 주류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소주계의 양대 산맥인 참이슬·처음처럼을 위협하며 ‘편의점 소주 3강’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25가 선보인 원소주 스피릿이 출시 2달여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했다고 밝혔다(사진=GS25)
15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선보인 원소주 스피릿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까지 약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일 전국 1만5000개 편의점에서 1병 이상씩 팔려나갔다는 뜻이다.

이 제품은 기존의 2주 옹기 숙성 과정을 빼서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알코올 도수를 2도 올렸다. 가격도 기존(1만4900원) 원소주보다 2000원 싼 1만2900원에 판매된다.

◇MZ세대 주도…‘소주=가성비’ 공식 깨져

원소주 스피릿의 흥행은 △전통주를 즐기기 시작한 MZ세대 △팬데믹으로 인한 주류 트렌드의 변화 △힙합 뮤지션 박재범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완성됐다.

지난 2월 원소주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업계는 깜짝 흥행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이 대형마트 기준 1000원대의 기존 소주보다 10배 비싼 가격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희석주에 익숙한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낯선 증류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더욱 낮게 봤다. 연예인 마케팅쯤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보다 2000년 전후에 출생한 Z세대는 낯선 원소주를 신선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원소주에 대한 인증샷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온라인 판매로 시작한 원소주는 편의점 GS25를 만나서 파급력을 키웠다. 편의점의 주소비계층인 2030이 동네 구석구석 GS25를 찾아다니며 원소주를 득템(특정 아이템 구매에 성공하는 것)하는 게 새로운 재미로 부상한 것이다.

팬데믹에 MZ세대의 홈술이 증가하면서 위스키, 와인 등 프리미엄 주류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다. 가성비보다 프리미엄(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주류업계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원소주에 대한 거부감을 낮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한 끼 식사비가 5000원이 넘지 않는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참이슬, 처음처럼 등 가성비가 높은 소주를 즐겨 마셨다”면서도 “프리미엄 키즈로 자란 Z세대는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아버지, 형·오빠가 마시던 술과 다른 원소주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증류주 출시 줄이어

원소주의 출시는 편의점업계의 소주판매 트렌드도 바꿨다.

GS25는 원소주의 인기로 전체 소주 매출에서 2% 남짓했던 증류식(프리미엄) 소주 매출 비중이 지난 7~8월 2달간 무려 25.2%까지 상승했다. GS25는 공급량만 충분하다면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같은 희석주 제품의 매출도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편의점 업체로 확산하고 있다. CU, 세븐일레븐 등도 증류주 열풍에 뛰어든 것.

실제 CU와 세븐일레븐의 최근 3개월 증류주 판매비중은 기존 대비 2~3배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높다 보니 판매량 대비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CU는 원소주 스피릿을 잡기 위해 이달 ‘빛소주’를 출시했다. 특히 알코올 도수 32도인 ‘빛32오크’는 1만2900원으로 원소주 스피릿의 편의점 판매가격과 같다. 편의점 최초의 오크통에 숙성한 증류식 쌀소주가 차별화된 점이다. 세븐일레븐은 조만간 가수 임창정을 모델로 한 증류주 ‘임창정의 소주 한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030 고객을 다수 보유한 편의점을 통해 원소주 스피릿을 출시한 전략이 과거 4050세대 중심이었던 소주 음용 문화를 MZ세대로 크게 확장시키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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