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경쟁력 강화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격차 줄면 협업할 수도

배진솔 기자I 2020.10.20 17:15:21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 10조3000억원에 인수
"3D낸드 기술력과 인텔의 캐파까지 확보"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SK하이닉스와 주력 상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인텔의 비즈니스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사업 중 D램에 비해 열세인 낸드플래시 분야를 강화해 낸드 부문에서도 확고한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와 겹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 확산 추세로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향후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코로나 시대도 있지만 앞으로도 비휘발성으로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반도체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이런 걸 보고 낸드플래시 쪽 인수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이제 이미 낸드 부문에서 2등으로 올라섰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가 줄어들면 서로 협업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현재 D램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강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11.4%다. △삼성전자(33.8%) △일본 키옥시아(17.3%) △미국 웨스턴디지털(15%) △미국 인텔(11.5%)에 이은 5위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 인텔의 뛰어난 낸드 기술력 장점과 SK하이닉스가 가지고 있는 기존 기술 장점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 시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인텔이 원천 특허를 갖고 있는 플로팅 게이트 기술이 계속 쓰일 수 있다면 이런 투자가 도움이 되고, SK하이닉스가 한단계 도약하는 도움이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차세대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위험을 안고 큰 베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인텔은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고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은 메모리 사업부에서 지속적인 손실이 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존 사업 중 3D 크로스 포인트라고 불리는 ‘옵테인’ 제품에만 집중할 것이란 설명이다. 안진호 교수는 “메모리 사업은 인텔이 처음 시작했던 비즈니스이고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어서 매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대신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고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주력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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