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로는 '흰색,검정색,회색'으로 대표되는 무채색 3인방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다. 매년 신차가 나오면서 화려한 유채색 색상이 대표 컬러로 등장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1,2년대 자취를 감추는 게 다반사였다.
이번 쏘나타는 총 8가지 외장 컬러를 들고 나왔다. 이 중에서 글로잉 옐로우와 플레임 레드가 눈에 띈다. 보수적인 중형 세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유채색 컬러다. 현대자동차의 칼라팀 이종근 책임연구원은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이 한층 젊어진 만큼 중형 세단의 전형성을 깨고 감성적인 스포티함을 전달하는 차”라며 “고채도 플레임 레드와 파워풀한 글로잉 옐로우를 추가한 것은 새로운 쏘나타의 성격을 딱 맞아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번 추가된 플레임 레드는 도색시 도료탱크를 3개를 써야해 다른 외장 컬러 2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판매된 자동차 중 흰색의 비중이 32%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회색 21%, 검정 16%, 은색 11%로 무채색의 비중이 80%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자동차 컬러를 선택 할 때 중고차 잔존가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 케이카(K-C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거래된 11만여대의 중고차 중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은 무채색으로 이 비중은 무려 8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색상은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쏘나타 중고차의 경우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흰색과 판매가가 가장 낮은 하늘색의 가격 차이는 무려 355만원까지 난 경우도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런 상황에 맞춰 무채색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유채색은 곁다리 형태로 출시만 했다가 1,2년후 조용히 카다로그에서 빼 버렸다. 신형 쏘나타 역시 총 8가지의 외장색으로 출시됐지만 이 중 무채색이 5종(미드나잇블랙, 햄턴그레이, 쉬머링실버, 녹턴 그레이, 화이트크림)에 달했다. 유채색 3종(글로잉 예로우, 옥스퍼드 블루, 플레임 레드)은 언제까지 존속할지 미래가 불투명한 운명이다. 유채색에 포함된 옥스퍼드 블루의 경우 어두운 길에서 마주치면 검정색으로 보일 만큼 진한 남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시 초기에는 화려한 유채색 모델을 앞세워 홍보를 하다가 부분변경 시기가 가까워지거나 연식변경을 하면서 슬그머니 유채색 컬러를 단종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의 경우 대표 색상으로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유채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아무리 컬러가 예쁘더라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4년 LF쏘나타가 출시될 당시에는 총 8가지의 외장컬러를 판매했다. 그러나 LF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라이즈를 출시하기 바로 직전인 2016년에는 코스트 블루, 나이트 스카이, 다크 호스 등의 컬러가 제외됐다. (비슷한 색에서 이름만 바뀐 경우 제외, 예를 들어 레밍턴 레드가 피닉스 오렌지로 바뀐 경우)
8세대 쏘나타가 독특한 외장색을 위해 2개의 외장색을 포기했다. 한국 도로에서 눈길을 끄는 유채색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은 기자만의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