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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거물급 후보들의 각축전으로 종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는 역대 총선 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빅매치 지역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 지역구 의원을 거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종로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선행(行) 티켓을 손에 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곳에서 새누리당은 예비후보만 5명(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기준)이 출사표를 던졌다. 종로에서 3선을 기록한 박진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인봉 당협위원장, 김막걸리·장창태 예비후보 등이다. 이들은 당 상향식 공천 방침에 따라 경선에서 승리해야만 본선에서 정세균(5선·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을 수 있다. 신경전은 그래서 거세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종로구 숭인동 471번지. ‘숭인 제4 공영주차장’ 앞 공터에 여야 후보들이 모두 모였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희망동네만들기’ 지역행사를 위해서다. 각 후보는 50며명의 주민들 앞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간간히 가시돋힌 발언도 오갔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종로) 동부와 서부가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반성이 있었다. 그 이유가 뉴타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에 “사실 대규모의 뉴타운이 됐으면 했는데 그게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2006년 우이·신설 경전철을 성안해서 2009년도에 착공을 했는데 이제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종로의 아들 박진이다. 저는 종로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종로의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제 동생 오세훈 후보를 소개한다”고도 했다. ‘자나깨나 사교육’이라고 쓴 어깨띠를 두른 정인봉 위원장은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과외공부와 학원비를 없애는 일에 몰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는 후보들과는 달리 지역 주민 반응은 싸늘했다. 행사장 부근에서 미용실을 운명하는 50대 이모 씨는 “정치하는 사람 보면 내가 외국에 사는 사람 같다”며 “오세훈은 인물만 잘났고 정세균은 누군지 잘 모른다”고 했다. 내수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30대 후반 김모 씨도 “후보들을 잘 모른다. 이미지상으로 오세훈 후보가 더 좋긴 한 데 야당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5년째 숭인동에 거주한 60대 조모 씨는 “이곳은 굉장히 서민층이 많이 사는 곳이다. 오세훈씨가 얼마나 어필을 잘할지는 모르겠다”며 “정치는 원래 뿌리를 많이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박 전 의원은 “오 후보는 서울 시장을 해서 인지도는 높지만 종로에 뿌리가 없다”며 “이 사람을 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이 사람을 지지하냐고 했을 때 지역 기반인 호감도는 내가 앞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당내 경선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경선은 자연스럽게 (승패가) 드러나게 된다. 주민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면서 “종로가 발전해야 하는데 문화재가 많아서 개발 규제가 많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앞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최소 내가 나온다는 것은 (지역주민이) 확실히 알기 때문에 표가 결집할 것”이라고도 했다.
더민주의 정 의원은 ‘지역민원 해결사’를 자처할 수 있어 현역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날도 행사장에서 지역사업 성과를 말하자 박수소리가 나왔다. 정 의원은 “일꾼은 성과가 있어야 하고 흠은 없어야 한다. 지난 4년간 현역의원으로 직무를 잘 수행해 왔다”면서 “정책 실패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총선 전망은 안갯속이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종로는 16대 정인봉(48.74%)·17대 박진(42.81%)·18대 박진(48.43%)·19대 정세균(52.27%) 등 비교적 새누리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서 문재인 후보가 3.24%, 서울시장 선거에선 박원순 후보가 13%포인트 차로 더민주가 우세했던 곳이다. 여기에 오 전 서울시장이 출마하면서 그야말로 격전지가 됐다. 이밖에 녹색당 하승수·무소속 박세준·김대한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