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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고은 시인(82)이 또 한번 노벨문학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8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에서 발표한 ‘2015 노벨문학상’은 벨라루스 여성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에게 돌아갔다.
시인이 본격적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것은 2002년부터다. 특히 2010년에는 AP통신 등 외신들이 시인을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해 노벨문학상은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고은 시인은 지난 8월 제53회 ‘마케도니아 스트라가 시 축제’에서 ‘황금화관상’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황금화관상은 축제에서 주어지는 상 중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 중에는 파블로 네루다(1971), 에우제니오 몬탈레(1975), 셰이머스 히니(1995)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다수 포함됐다. 올해 역시 세계 베팅 전문 사이트들에서 고은 시인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노벨문학상은 그를 빗겨갔다.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고은 시인(본명 고은태)은 한때 일초라는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했다. 이 기간에도 시를 적어내려갔던 시인은 1958년 ‘폐결핵’이 현대시와 현대문학 등에 추천되며 등단했다. 1960년에는 첫 시즌 ‘피안감성’(彼岸感性)을 발간했고, 1962년 환속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은 시를 썼다. 시선집 ‘어느 바람’, 서사시 ‘백두산’(전 7권), ‘고은 전집’(38권) 등 150여권을 저술했다.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목도하고 현실문제에 눈을 돌렸다. 독재에 항거하는 재야운동가로 활동하며 4차례 구속되기도 한 시인은 남북통일을 위해 힘쓰는 민족운동가로도 명성이 높아 2000년 남북정상회담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해 기념만찬장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연작시편 만인보를 구상한지 30년만에 완간했다. 만인보는 총 작품수 4001편에 전 30권 분량이다.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 구상한 것으로 1986년 1~3권이 나왔다. 만인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얼굴을 그렸는데 등장인물만 5600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부터는 영미, 독일, 프랑스, 스웨덴을 포함 20여개 국어로 시선 및 시선집이 번역됐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고은과 함께 아시아권 후보자로 거론됐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