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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위기 上] 생동성시험 급감, 물가상승, 동물실험 대체 ‘삼중고’…역성장·적자 늪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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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I 2026.05.08 08:21:13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국내 임상시험수탁(CRO) 기업들이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 건수 감소, 글로벌 트렌드 변화와 경쟁 심화에 따라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CRO 업체들의 고민은 계속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대표 CRO기업 실적 악화·적자 지속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표 CRO 기업 상장사 △씨엔알리서치(359090) △디티앤씨알오(383930) △바이오인프라(199730) △우정바이오(215380) 등이 실적 악화와 적자를 이어가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매년 소폭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3년 6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36억원, 2025년 14억원으로 줄었다. 디티앤씨알오의 경우 2023년 영업손실 121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인프라는 2024년 5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어 지난해 57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늘었다. 우정바이오는 2024년 1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다시 39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국내 다수의 CRO 기업들은 2022년까지 호실적을 보였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2020년 무분별한 복제약 출시를 제한하기 위해 생동성 시험 여부에 따라 약가를 차등 적용하는 제도를 실시했고 이 기한을 2023년 2월까지로 한정했다.

이에 당시 생동성 시험이 반짝 증가했고 이는 CRO 업체들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일시적인 상승이었을 뿐 이후 생동성 시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CRO 기업은 매출이 역성장하거나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약가 인하 기조 계속, 트렌드 변화에 CRO 위기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약가 인하는 CRO 업체들의 주요 서비스인 생동성 시험 감소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복제약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만큼 매출 규모가 작거나 마진율이 낮은 복제약 개발이 줄어들고 결국 생동성 시험의 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약가인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복제약 허가 의지를 꺾어놓고 있다. 이번 정부의 약가인하 기준 발표 이후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복제약을 담당하던 조직을 해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복제약 개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약가인하 정책이 나온 이후 복제약 개발 팀을 없앤 곳이 있다”며 “현재는 일부지만 향후 지속적인 약가 인하가 이뤄진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복제약에 대한 개발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생동성 시험 감소로 이어져 CRO 기업들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연구 비용을 비롯해 물가 상승은 생동성 시험 감소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몇 년 전 의약품 1개당 생동성 시험 수행 단가는 2억~3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거치며 최근 생동성 시험 단가는 7억원에서 난이도에 따라 9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 및 임상 비용 증가라는 압박이 커지면서 복제약의 수익성에 따라 생동성 시험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임상 시험에 대한 트렌드가 변화 하고 있다는 점도 기존 CRO 업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하면서 대신 오가노이드 또는 장기칩(Organ On a Chip),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 실리코(In Silico) 등 새로운 접근법(NAMs, New Approach Methodologies)으로 명명한 동물대체시험법 데이터의 활용을 언급했다.

제약·바이오시장에서도 오가노이드를 비롯한 차기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동물실험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했거나 임상용 동물 서비스 사업을 이어가던 CRO 업체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내 무대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파트너로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연구개발의 첫 시작을 국내에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미국 FDA나 유럽의약품청(EMA)으로 직행하는 연구개발이 늘어나면서 국내 CRO들의 성장 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FDA의 새로운 정책 발표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는데 이번 정부의 약가 인하 결정은 국내 CRO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로 직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국내 CRO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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