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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당일 수험생 가족들의 간절함이 담긴 불빛이 절과 성당 등을 밝혔다. 이날 오전 9시께 조계사는 수험생을 위해 기도하는 학부모 50여명으로 붐볐다. 이들은 ‘수능 대박 발원’ ‘대학 입시 우수 합격’ 등 문구가 붙은 연등을 달고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목탁 소리와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이지연(고 3)양의 외할머니인 강명순(75)씨는 “첫 딸의 첫 손주라 손주 중에 첫 수능이다”며 “자식 땐 3000배까지 했지만, 지금은 그건 못 하고 대신 기도를 많이 한다”고 미소지었다. 강씨는 “지연이가 아프지 않고 공부한 데서 시험 문제가 많이 나와 수능을 잘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은(47)씨도 “엄마들 다 같겠지만, 아이가 노력한 만큼만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럼 만족하겠다”며 “저녁에 아이가 돌아오면 담담하게 고생했다고 맞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틀 전엔 아이가 너무 긴장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첫 애다 보니 나도 긴장됐다”며 “실수하지 말고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맞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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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당 관계자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들에게 오늘 지혜를 모아달라고 기도를 한다”며 “코베르트 유셉 성인이 지혜를 많이 주는 성인이라고 알려져 있어 이날은 다들 그 성인에게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고3 아들을 둔 정혜련(46)씨는 남편과 함께 성당을 찾았다. 정씨는 “다니는 본당이 있는데 오늘 수능인 만큼 특별히 명동성당을 방문했다”며 “공대를 가는 게 목푠데, 실수하지 않고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또 “신앙을 믿는 사람으로서 기도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모(49)씨는 “욕심부리면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며 “아이가 힘들다고 울기도 했는데, 그럴 때 더 마음이 아픈 게 부모 아니겠나. 믿어주는 게 할 수 있는 일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오늘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여기서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