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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은 안보·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크로네시아 등이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AFP통신은 “일부 도서국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다른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이 협정은) 우리 생애 중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꾸는 단 하나의 합의이며 신냉전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비전 초안에는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경찰훈련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이버 보안 문제 등 네트워크 협력 강화,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등도 포함됐다. 중국은 남태평양 10개국에 대해 수백만 달러 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계속해서 합의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각 측은 관련 문건에 대해 새로운 공동 인식에 도달했고, 합의 최종 도달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계속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측은 계속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을 해서 더 많은 공동 인식에 도달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국과 군사안보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저비용·고효율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쿼드 등에 맞서 중국이 압력을 강화할 수 있는 포석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중국은 외교적 자원을 집중해 태평양 도서국에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 서면 인사말에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은 시종 태평양 도서국들과 뜻을 같이하는 좋은 친구이자 고난을 함께한 형제이며,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나아가는 좋은 파트너”라고 높이 평가하고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의 운명 공동체를 더욱 긴밀히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있더라도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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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솔로몬제도와 체결한 안보 협력 협정을 다른 남태평양 도서국들로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솔로몬제도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나라지만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 등 서방국의 영향권에 있었다. 지난달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중 간 격전지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은 주변국들과 회담을 갖는 등 분주해졌다. 서방국들은 이번 협정이 호주 해안에서 2000km, 미국령인 괌에서는 3000km 정도 거리에 중국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맺은 것은 가장 가까운 나라인 호주가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호주와 서방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호주가 우리 국민과 평화, 안정을 위해 신경 써 주기에 그들이 우리를 지원해 주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중국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그들을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