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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랜드 피터슨硏 부소장 "韓, 中에 순응할 듯 보이지 말고 국익만 봐야"

최정희 기자I 2022.05.23 18:30:12

`美 남북한 경제 석학` 놀랜드, 최종현 학술원 간담회 참석
러시아 제재에 효과 본 美의회 `中 제재`에도 적극적일 듯
美의 中 제재시 韓은 곤란…러시아처럼 동반 제재 불가능
"尹대통령, 국익에 도움 된다면 日과의 직접 외교 나서야"
우크라 사태에 北 양날의 검…"식량으로 대화 물꼬 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 팬데믹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화가 흔들리면서 `신(新)냉전 체제`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게 가장 큰 산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출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키로 하면서 중국의 경계심과 견제가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에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중국에 순응하지 않고 국익만 보고 가는 것’이란 조언이 나왔다.

◇ ‘미중 갈등에 최대한 얽히지 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했고, 미국 내에선 남북한 경제문제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최종현 학술원이 주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 경제`라는 주제의 화상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교적 단순명료하게 미국과의 협력 및 조약관계를 공고히 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해 일본 총리와 직접 외교를 진행할 의지를 드러내는 식으로 대단히 솔직하게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를 찾아서 움직이는 것이 중국이 한국을 이용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놀랜드 부소장은 “한국이 외려 중국에 순응할 것처럼 보이면 과거 중국이 롯데에 대해 경제적 보복조치를 했던 것과 유사한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바꾸는지 보기 위해 약탈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남북관계, 한중 관계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면 중국이 한국에 정책을 바꾸도록 겁박하는 식의 태도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놀랜드 부소장은 최대한 미중 갈등에 얽히지 말라고 권고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 벨라루스 등의 제재에 한국도 동참해 왔지만 만약 미국이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을 처벌하면 한국 입장은 난처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 데다 작년부터 중국에 있는 미국 계열사가 미국 제재에 따르면 중국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처벌을 받는 ‘통상 위협 대응조치’를 설계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한국은 무역 비중이 2%에 불과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감내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무역 비중이 20%나 된다”며 “윤 대통령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은 정치적 난제가 아니었으나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어떤 대통령도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3일 최종현 학술원 주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종현 학술원 유튜브 영상 캡처)


더 큰 문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처럼 양국이 협력 가능한 영역, 양국 입장이 다르지만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합의할 수 있는 영역 그리고 양국 갈등이 심하거나 경쟁하는 영역으로 나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려고 하지만 미 의회는 이러한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미 의회는 러시아 제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제재로도 확대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놀랜드 부소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 년 만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다시 활성화됐다”며 “미 의회가 앞으로 더 많은 제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생화학 무기 등을 사용할 경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 우크라 전쟁에 식량난 빠진 北, 대화 물꼬 틀까

놀랜드 부소장은 우크라 전쟁이 핵무기 사용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냉전’이지만 현재로선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 전쟁은 25년간 안보 위협에서 자유로웠던 유럽을 정신 차리게 만든 극단적 계기가 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의 항복을 바랐지만 독일이 우크라에 무기를 수출하고 스웨덴,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등 나토를 활성화시켰다. 푸틴이 우크라 전쟁을 정치적 성공 사례로 꼽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정치 체계가 바뀔 수도 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독일이 천연가스 부족에 따른 난방 등 경제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우크라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놀랜드 부소장의 설명이다.

놀랜드 부소장은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북한은 양날의 검을 쥐게 됐는데 ‘식량난’이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틔워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 전쟁 이후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싸게 구입해 북한에 판매하고 북한은 석탄을 중국에 판매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으나 동시에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난을 겪고 있다.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에 대해 ‘실질적 기아 상태’라고 지적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통치 하에선 어느 정도로 식량 상황이 악화돼야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나 유엔, 중국에 식량 원조 등의 도움을 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식량 문제가 더 폭넓은 대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군병력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드러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력

△1959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출생 △존스홉킨스대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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