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은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 대표는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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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구속사건에 대해 10일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DNA 감식을 비롯한 어떠한 정밀수사도 벌일 수 없고,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수도 없게 된다. 오로지 경찰이 만든 서류만 보고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 각급 검사들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등에서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이 불러올 부작용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게 공 대표의 걱정이다. 그는 “아동학대 범죄는 여타 범죄와 다르게 조사와 입증이 매우 어렵다”며 “피해 사실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부모가 가해자면 정당한 훈육인지 불법행위인지를 놓고 사안이 매우 미묘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증거를 제출할 능력이 없다”며 “결국 아이의 억울함을 밝혀내는 건 경찰이고 경찰이 못하면 검찰이 보완해야 하는 데 그 중요한 부분을 아무런 대안 없이 제거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 대표는 특히 경찰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는 주변에서 3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했지만 해당 경찰서는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학대가 아니다’는 양모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결국 정인이는 숨을 거둔 채 병원에 이송됐고 검찰은 전문가 감정·통합심리분석·휴대폰 디지털포렌식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양모의 살인 혐의를 입증했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범죄 정황이 뚜렷한데 경찰에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적당히 사안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 사례는 매우 많다”며 “다행히 검찰이 나서서 사안을 교차검증하고 진상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검수완박은 그런 기회조차 없애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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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경찰의 진술서는 정말 무미건조하고 간략하다. 글로만 봐서는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렵고 가해자의 진술만 봐서는 죄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아동범죄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주변의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심층적인 수사를 벌여야 하는데 검수완박 이후 경찰 보낸 서류만 읽은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경찰은 가뜩이나 다른 업무에도 치이고 산다”며 “이런 와중에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까지 떠맡으면 조사는 어렵고 성과는 미미한 아동학대 범죄 수사가 결국 후순위로 밀릴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