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정영수(55)씨는 최근 안 작가에게 수년 전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내용을 담은 책 ‘늦사랑 편지’를 출간했다. ‘안정효의 마지막 이메일’이라는 부제를 단 책에는 안씨와 정씨가 주고받았다는 이메일 약 300통과 정씨의 성폭력 피해 주장 등이 총 2권으로 나눠 실렸다.
미국 위스콘신대-리버폴즈에서 한국교류국장으로 일했던 정씨에 따르면 안씨가 2017년 10월 대학에서 연 ‘한국의 해’ 행사 초청 인사로 현지를 방문했을 때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행사 예산 문제로 자신의 집을 초청 인사들의 숙소로 활용했고, 당시 안씨가가 머무는 동안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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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씨에 따르면 안씨로부터 받은 이메일 중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담겨 성적 수치심, 모멸감이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씨가 안씨가 보낸 이메일이라며 책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반복적인 구애와 함께 때로는 신체 특정 부위에 입을 맞추고 싶다거나 만지는 꿈을 꿨다는 성희롱성 글이 등장한다.
정씨는 이메일 내용이 불쾌했지만 안씨가 한국의 해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을 학교 쪽에 이미 알린 터라, 관계를 단절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후 안씨는 2017년 10월 위스콘신대-리버폴즈의 ‘한국의 해’ 행사 참석차 현지를 방문했고 다른 초청 인사들과 함께 숙소였던 정씨 집에 머물게 됐는데, 당시 안씨가 속옷 차림으로 자신이 자던 방에 들어왔다가 비명을 지르자 나갔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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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2021년 2월 정씨가 안씨에게 책 출간 계획을 알린 뒤 안씨가 정씨에 대한 비난 등을 적은 이메일 4통도 공개했다.
정씨는 안씨가 위스콘신대-리버폴즈 총장에게 보내겠다며 영어로 된 편지를 이메일에 첨부했다면서 편지 전문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글에서 안씨는 “방의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강연 원고를 읽을 수가 없길래 스탠드를 빌릴 수 있나 물어보러 그녀의 방으로 내려갔다. 나는 속옷만 입고 있었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두 번이나 한 침대에 있었고, 그녀가 내 다리 사이를 더듬거리기도 해서 신경 쓰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소리를 질렀고, 나를 강간범 취급을 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많은 경우 성 관련 범죄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은 패턴”이라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며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식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작가는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문인이다. 1941년 서울 출생인 그는 서강대 영문과 재학 시절부터 영문 장편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4학년 때 1964년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입사했다가 1966년 군에 입대했고,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에서 현지와 미국 신문에 기고했다. 이때 쓴 자료는 장편소설 ‘하얀전쟁’의 토대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