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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화 콘텐츠 사업 활성화를 위한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강 장관은 2018년 말 중국이 외자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재개한 후 북미·유럽, 일본 게임에는 판호를 발급한 반면, 여전히 한국게임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하지 않은 문제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중국은 2017년 3월을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왕 위원은 중국으로 돌아가서 관계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2일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에 대한 외자 판호가 발급됐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한국 제품·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불매운동과 제한은 중국 정부 당국의 입장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왕 위원의 방한과 컴투스 판호 발급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외교당국은 게임 문호 개방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외교당국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면서 중국 측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 게임에 대해서만 판호가 열리지 않은 것이 어떠한 기준과 의사결정 구조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향후 동향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여년 만에 중국 판호가 나온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번 컴투스의 판호 발급만으로 한한령의 전격 해제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머너즈 워의 경우 판호는 받지 못했지만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했던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호 발급을 중국 정부의 앱스토어 규제 강화 차원에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 이후 중국 정부가 앱스토어에도 판호 발급을 받은 게임만 유통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동안 허가를 받지 못했던 게임에게 판호를 발급해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완전한 신규 게임의 판호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추후 중국 정부의 발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외교부는 그간 양국 문화 관련 당국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한중 정상회담, 외교장관회담, 경제공동위원회 등 여러 중요한 교류마다 중국 측의 관심과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게임 판호 재개를 포함해 문화 교류·협력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민간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계속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