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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인공임신중절) 처벌 조항(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이르면 오는 4월 초에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 하느냐가 쟁점인 사안으로, 7년 전 ‘합헌’으로 결론 났던 헌법적 판단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2017년 2월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 중이다. 낙태죄 처벌 처벌 조항에는 임부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1항)와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270조 1항)가 있다. 헌재 관계자는 15일 “3·4월 정례 선고를 4월 18일 퇴임하는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일 전인 4월 11일에 선고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낙태죄 사안이 그에 포함된지는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7년 만에 또다시…헌재 판단 앞둔 ‘낙태죄’
법조계에선 재판관 두 명이 퇴임하는 4월 18일 이전인 4월 11일에 선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이 중요한 데다 두 재판관 후임 임명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 주심 재판관이 조용호 재판관이어서 퇴임 전에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고 정부의 실태 조사도 나온 만큼 헌재도 평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업무상 승낙 낙태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의낙태죄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토록 한다.
헌재는 지난해 5월 A씨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어 사회 의견도 수렴했지만 그간 재판관 퇴임 후 임명 지연 등의 상황 탓에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진보 3명·여성재판관 2명…헌재 구성 변화 주목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을 우선시 하느냐다.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여성의 권리를 강조하는 반면,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측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점 등을 들어 합헌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낙태죄 관련 첫 헌재 결정이 있었던 2012년 8월엔 재판관 8명이 심판에 참여해 4대4로 의견이 갈렸다.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위헌 결정이 나오기 때문에 당시 결정은 합헌이었다.
법조계는 헌재 재판관 구성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8월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은 모두 퇴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6명의 재판관 중 낙태죄 위헌 의견에 가까운 이는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청문회에서 “임신 중절 허용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 있다”(유남석), “현 낙태 범위 지나치게 좁다”(이은애), “외국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도 있다”(이영진)등의 언급을 했다.
나머지 재판관 중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한 바 있는 김기영 재판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이석태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이선애·이종석 법관은 중도로 분류된다.
장윤미 법무법인 윈앤윈 변호사는 “4대 4로 딱 경계에 있었던 지난 합헌 결정 이후 시간도 흘렀고 재판관 구성이 바뀌었다”며 “재판관 성향이 반드시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관이나 본인의 성인지에 따라 좌우될 판결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