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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게이?" 사우나서 알몸 만지게 해 돈 뜯은 20대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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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6.09.04 14: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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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팅’ 빌미 공갈 반복
학교·직장·가족 공개 협박 수법

[이데일리 이민하 김한영 기자] 2024년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사우나 수면실. 20대 남성 서 모씨는 남성 탈의실 수면실에 알몸을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이를 성소수자들의 신호로 여긴 A 씨가 서 씨의 신체에 접촉하자 협박이 시작됐다. 서 씨는 곧장 A 씨를 불러내 “게이라는 사실을 학교에 퍼트리겠다. 소문이 퍼지면 너만 손해”라며 398만원을 뜯어냈다.

한 사우나의 내부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사우나의 내부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우나에서 동성 간 신체 접촉을 유도한 뒤 ‘아웃팅(원치않는 성 정체성 공개)’ 형태의 협박을 반복해 피해자들에게 2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뜯어낸 서모 씨에게 지난달 12일 법원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성적 지향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신고가 어렵단 점을 노린 ‘아웃팅 공갈 협박’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새 4명에게 1998만원…“학교에 퍼뜨리면 너만 손해”

서울남부지법(김주석 부장판사)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 씨에게 징역 10월을, 이모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사람이 한 달 사이 사우나 이용객 4명에게서 갈취한 돈은 1998만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A 씨 외에 잠결이나 실수로 몸이 닿은 경우에도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B 씨에게는 “성소수자임을 부모님과 직장에 알리겠다”며 300만원을, 11월에는 또 다른 C 씨에게 “회사에 알려지면 돈 벌기 쉽지 않다”며 1000만원을 각각 챙겼다. D 씨에게서도 같은 방식으로 300만원을 뜯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각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태양과 수법 등에 비춰 죄질과 범정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2년 대구에서는 사우나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상대의 지갑을 훔친 뒤 “직장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한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2020년 울산에서는 사우나 수면실을 돌며 술에 취한 이용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 주장해 합의금을 받아낸 남성이 공갈과 무고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아웃팅 두려워 수사기관 알려지기 전 끝내려 해”

법조계는 최근에도 비슷한 유형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성 간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 온 법률사무소 구현 맹조영 변호사는 “강제추행에 그치지 않고 잠든 사이 성적 접촉이 있었다며 준강간을, 상처가 났다며 유사강간치상까지 주장해 5000만원을 웃도는 합의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며 “유사강간치상은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합의금이 강제추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사건은 대부분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끝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맹 변호사는 “피해자는 아웃팅이 두려워 수사기관에 알려지기 전에 끝내려 한다”며 “가해자도 같은 수법을 반복하기 위해 고소 이력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웃팅이 두려워 일단 사과부터 하면 가해자는 이를 녹음해 두고 추행을 인정한 진술이라며 반복적으로 돈을 요구한다”며 “잘못한 것이 없다면 사과하지 말고 요구받은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이인권운동단체는 ‘아웃팅 공갈 협박’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오랜 기간 반복돼 온 범죄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관계자는 “올해 접수된 인권침해 상담 가운데 아웃팅, 협박 관련 상담은 절반 가량”이라며 “기혼자나 공직에 있는 사람처럼 신분을 드러내기 어려운 조건을 악용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지만 그걸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것 자체도 범죄”라며 “아웃팅 협박을 통한 갈취는 성소수자 인권이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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