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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전·스마트폰 생산거점 관세폭탄…반도체도 '시간문제'

김응열 기자I 2025.04.03 15:01:06

미국 관세 충격에 삼성·SK·LG 글로벌 생산거점 영향권
베트남 46%, 인도 26%…삼성·LG 가전공장 관세 후폭풍
상호관세 피한 멕시코…"유연한 생산지 운영 핵심과제"
영향권 놓인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 관세에 부담 가중
시간 번 반도체는 품목 관세 예고…마이크론 위협 확대

[이데일리 김응열 김소연 윤정훈 기자] 국내 전자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세계 각국에 가전 생산기지를 구축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관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배터리업계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나 양극재 등 핵심 소재는 우리나라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상호관세 리스크는 일단 벗어났지만 품목별 관세가 또 예고돼 있어, 관세 충격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을 다시 부자로 만들자(Make America Wealthy Again)’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각국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삼성·LG 글로벌 생산 거점에 떨어진 관세폭탄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국 26%, 베트남 46%, 인도 26% 등을 포함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부과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가전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가전 공장을 구축해 놓았고 베트남에선 스마트폰과 TV를 만들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삼성 스마트폰 핵심 생산거점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만든다. 인도에서는 스마트폰과 냉장고 등을 제조한다. LG전자는 창원을 가전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만든 베트남산 제품은 46%, 인도산 제품은 26%의 대미 관세를 추가로 맞는다는 의미다.

베트남 하노이 타이호타이 지역 삼성전자 R&D센터.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 등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적지 않은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한다. 미국 현지 기업인 월풀과 맞붙을 경우 가격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월풀은 미국에 다수의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그나마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를 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도 생산기지가 있다. 두 회사가 멕시코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공장을 증설하는 식으로 관세 폭탄에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 밖 물량을 모두 멕시코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증설 역시 단기간에 끝내기 어려운 작업이다.

관세 부과에 따라 가전제품 전반의 가격이 오르면 미국 현지 수요 자체가 줄어들 우려도 크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 구매력이 연간 900억~143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분을 가격에 일부나마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산지 운영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수요 둔화 속에 시장 크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도 간접 타격…전기차 수요 빠지고 원재료비 부담↑

배터리 역시 관세 영향권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SK온 모두 미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해뒀거나 건설 중이기 때문에 배터리 완제품이 직접 관세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는 주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배터리 기업으로선 원가 부담이 가중돼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전기차 가격이 오르며 캐즘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여지가 있다.

미국 켄터키주 ‘블루오벌 SK’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사진=SK온)
품목 과세 기다리는 반도체…미국 내 증설 마이크론에 유리

반도체는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품목별 관세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두 회사 모두 미국 투자를 결정했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사업 비중이 낮은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다. SK하이닉스가 미국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하려면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SK하이닉스 이천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대부분의 메모리 공장을 아시아 지역에 두고 있다. 다만 본사가 위치한 아이다호주에 올해 가동을 목표로 D램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축구장 10개 규모로 첨단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이 현지 공장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가격 경쟁력 우위를 가져간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은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데, 엔비디아향 물량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서버업체들에게 공급하는 서버용 D램 시장 역시 마이크론이 유리한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석좌연구위원은 “관세 이슈로 마이크론이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라며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고객사 피드백을 받고 그 과정에서 기술력을 개선해 우리 기업들을 따라잡을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국 첨단산업 중요성 알리고 동맹 가치 올려야”

산업계와 재계는 당장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한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확보해 미국의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봤다.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우리는 미중 경쟁의 한 축이자 중국 굴기를 견제하는 한국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한국의 특별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한국의 동맹 가치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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