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37분 4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주변에서 격려의 의미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험장으로 향할 때 긴장한 표정이던 학생들은 교문 밖을 나설 때야 비로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자녀를 만난 부모들은 뜨거운 포옹과 함께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함께 마중 나온 조부모들도 손주의 어깨를 토닥였다. 개포고 앞에서 만난 수험생 아버지는 “아들이 재수생이라 마음 고생이 컸다”며 “잘 봤냐고 물어보기 보다는 그냥 같이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어머니는 “아이가 무던하게 공부해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험생 장모(19)군은 “시험이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면서 “그저 끝나니까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모(19)군은 “수학이 조금 어려웠다”며 “조금 얼떨떨한데 그냥 집에 빨리 가서 푹 자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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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 향한 수험생, 기도하는 가족들
수험생들은 `오전 8시 10분 수험장 입실` 원칙에 따라 이날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했다. 쌀쌀한 날씨에 패딩과 점퍼, 목도리로 단단히 무장한 모습이었다. 손에는 방석과 담요, 도시락이 든 가방도 들려 있었다. 학생들은 퇴교 때뿐 아니라 입교 때에도 가족과 지인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가용과 오토바이를 이용해 시험장 앞까지 자녀를 바래다주며 “사랑해”, “떨지마”를 외쳤다. 자녀가 수험장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아이의 뒷모습을 스마트폰 영상에 담기도 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수험생 어머니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을 것”이라며 “편하게 잘 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수험생 어머니는 “아들이 음악 실기 시험을 준비해 와 수능 성적에 크게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잘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 절·성당·교회 등 종교시설에는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는 신자들이 두 손을 합장한 모습으로 불공을 드렸다. 조계사 한켠에는 ‘수능 대박 기원초 공양’도 준비돼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신도들이 모여 기도와 찬양을 이어갔다. 목회자들은 예배당을 돌아다니며 안수를 했고, 일부 학부모는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훔쳤다. 서울 마포구에서 왔다는 학부모 부부는 “아이에게 솔로몬과 같은 지혜가 내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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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응원전이 4년 만에 펼쳐지며 시선을 끌었다. 청주 서원고등학교 등 일부 수험장에서는 각 학교 교사와 1·2학년생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화이팅”을 외쳤다. 또한 수험장이 아닌 병실에서 수능을 치른 이색 수험생도 나왔다. 강원도 속초 설악고에 재학 중인 전모(18)군은 수능 전날인 지난 15일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아 응급수술에 들어간 뒤 이날 병실에서 수능을 치렀다.
나아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서는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이송하기 위한 ‘작전’도 펼쳐졌다. 늦잠을 자거나,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수험표 등 물품을 집에 놓고 오는 등 갖가지 사연으로 경찰차를 이용한 수험생이 178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이날 수능시험 교통관리 결과 △경찰차량 에스코트 178건 △수험표 등 물품 전달 13건 △기타 23건 등 총 21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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