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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뚫고 닷새간 유럽 횡단…우크라 회화 스페인 전시

이성민 기자I 2022.11.24 17:12:31

3000㎞ 이르는 여정…러 포격 속 비밀리에 운송
"러, 문화유산 보호 '헤이그협약' 위반해"

[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근대 회화 수십점이 러시아군의 포화를 뚫고 전시회가 예정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무사히 도착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근대 미술 작품 51점이 3000㎞에 이르는 여정 끝에 지난 20일 전시회가 열리는 스페인 미술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들은 트럭 2대에 실려 닷새간 운반됐다.

스페인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는 올렉산데르 보호마조우의 ‘톱 손질’(사진=스페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보도에 따르면 작품을 실은 트럭은 지난 15일 러시아군의 대량 공습이 있기 직전 비밀리에 키이우를 빠져나왔다. 이후 서쪽 리비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세례를 뚫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미술 작품들이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스페인 국립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으로 다음 주부터 내년 4월까지 진행될 ‘폭풍의 눈 속으로: 우크라이나 모더니즘 1900~1930’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에 걸릴 예정이다. 개인 소장품들까지 포함해 총 70점이 전시된다.

전시회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화가인 올렉산데르 보호마조우, 바실 예르밀로우, 빅토로 팔모우, 아나톨 게트리츠키 등이 그린 유화와 스케치, 콜라주 등이 걸릴 예정이다. 전시회는 우크라이나의 예술품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작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럽의 여러 박물관들의 후원 아래 마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박물관의 설립자 프란체스카 티센 보르네미사는 “이들 작품을 무사히 가져오는 과정에 위험이 따랐지만 러시아군이 헤이그 협약을 계속 위반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일이었다”며 “그들은 점령지에서 약탈을 서슴지 않았고 500개가 넘는 문화 유산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헤이그 협약은 전쟁으로 인한 문화재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195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네스코 주도로 체결된 국제 조약이다. 적국이 소유한 것이라고 해도 건축물, 예술·역사·고고학 유적, 미술품, 원고, 도서 등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술품들은 내년 4월 독일 쾰른으로 건너갈 예정이며 이후 다른 유럽국들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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