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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틀 연속 거시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제2의 외환위기(IM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민관 합동 소통 강화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제2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월 13일 이후 약 3개월 만의 회의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거시경제 위기를 진단하며 대응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이 상승하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등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이 엄중하다”며 “관련 부처는 경제 상황을 더 면밀히 점검하고 민생 안정 대응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도 현상 진단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과거 위기에 비해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ㆍ외환위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기존 일정에 없던 것으로 전날 갑자기 마련됐다. 이는 거시경제 흐름이 기존 전망보다 더 암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도 거시경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환율을 언급하며 “원화약세의 통화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위기 속 전기료 현실화 의견 제시
윤 대통령이 리스크 관리를 거듭 밝힐 정도로 국내 경제 상황은 위기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45.5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및 수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식품회사 농심은 지난 2분기 국내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이 국내에서 적자를 낸 건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적자전환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보고받은 것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환율 외에 반도체, 에너지, 무역수지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메시지에 시장이 경색됐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에너지 수급 위기 속에서 전기료 현실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가 꽤 있다. 글로벌 긴축, 공급문제, 대중문제, 반도체가 최근 생산부터 수출까지 줄어들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이 아직까지 높은 수준이고. 유럽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우리에게 위기가 전이되고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회의 참석자는 “각 분야별 상황이 어떤지, 정책 라인이 보는 관점에서 혹시 놓친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성격의 자리 같았다”고 귀띔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오늘처럼 이렇게 현장 지휘소를 차리는 각오로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것은 여러모로 대내외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국민들께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고, 또 정책이 현장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