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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는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고 30일 발표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반도체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선폭이 좁을수록 고효율·고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으며,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제조할 수 있게 돼 생산성도 올라간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았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적용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 역시 삼성전자가 처음 적용했다. GAA 기술은 5~10나노 당시 기존 첨단 반도체에 쓰이던 공정 기술(핀펫)보다 전류가 흐르는 게이트 면적을 넓혀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양산에 성공한 3나노 반도체가 5나노에 비해 면적은 16% 줄었고 소비 전력은 45% 감소했으며 성능은 23% 향상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처음 시작하는 3나노 1세대 제품 양산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이 초미세공정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4나노보다 3나노 공정에서 트랜지스터 개수가 20% 상당 증가할 것이고 작은 크기에 좋은 성능을 가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입장에서 가장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 분야에서 최첨단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3나노 파운드리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에 호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3나노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24년에는 5나노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5년까지 연평균 매출이 85%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 전체 공정별 매출 증가율 전망치인 9.2%보다 압도적인 수치다.
파운드리 사업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선제적으로 팹리스 고객사를 확보해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여서 기술 선점만큼 고객사 확보가 중요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3나노에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는 제품 성능 향상에 최적화된 기술이라 저전력·고성능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팹리스 입장에선 삼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초반에 수율을 안정화하면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탑티어급 팹리스를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수율 개선이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3나노 공정 양산을 먼저 시작하더라도 충분한 수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객사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렵다. TSMC는 이르면 올해 말 3나노 핀펫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재근 교수는 “TSMC도 똑같은 수율 개선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벌어 놓은 6개월 안에 수율 개선을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전 공정에서처럼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을 먼저 확보했으니 팹리스의 AP 개발 주기에 맞춰 요구하는 물량을 만들어야 하는 등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3나노 공정으로 고성능 컴퓨팅용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이어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등으로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까지 300곳 이상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중국 바이두 등이 이미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 위탁을 맡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복수의 고객사를 확보해 양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TSMC 간 2나노 반도체 생산 경쟁도 전망된다. 이들은 3나노 이하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 확보 경쟁도 벌이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3나노가 끝이 아니고 2나노와 1나노에서도 이들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