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 22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울산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을 계속 수사하라고 의결했다. 올해 1월 울산경찰청은 약사면허증을 위조한 가짜 약사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관련 보도자료를 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울산지검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형법 126조를 위반했다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등 2명을 입건했다. 법 조항대로라면 경찰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일은 전부 처벌대상이 되는 셈이다. 검찰이 실제 재판에 넘길 경우 사실상 사문화됐던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검찰에도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논란 등과 같이 기소 전 피의사실을 공표한 전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있어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거꾸로 경찰이 검찰을 피의사실 공표로 수사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검·경 간 피의사실 공표 논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검찰에 대해 경찰을 수사해야 한다고 결정한 날,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장과 2차장검사, 형사6부장 등 수사지휘 라인 검사 3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당사자 고소라 검찰에 대한 경찰 수사 착수는 불가피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퇴임을 하루 앞둔 23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임 인사차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대립 중인 민갑룡 경찰청장과 환담을 나눴다. 검찰총장이 퇴임 전 경찰청장을 찾은 건 처음있는 일이다. 검·경 양쪽 수장의 화해 제스처에도 물밑에선 피의사실 공표를 사이로 양측 신경전이 날카롭다. 제 밥그릇 지키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검찰과 경찰 모두 이번에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