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은 본지 취재 과정에서 업무 일선의 불법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논의를 거쳐 15일 판촉사원 700명을 직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애경은 이데일리가 취재를 시작한 후 이틀 만인 12일 지주사 차원의 고용 개선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만큼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하청업체 직원 해고까지 개입..“명백한 불법”
본지는 최근 취재를 통해 애경산업 직원들이 하청업체 ‘하이맥스’의 판촉직원의 해고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애경 직원은 하도급업체 소속 판촉사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했을뿐만 아니라 판촉사원의 인사와 해고 여부까지 직접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와 지시·감독 권한은 계약 당사자인 하도급업체에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관행’에 따라 노동법을 위반해온 것이다.
|
애경 직원들의 지시를 받은 하이맥스 매니저들은 (애경 측이 지정한) 해고 대상자를 찾아가 스스로 사직서를 내라고 압박했다.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낼 경우 근로자의 책임이 되고, 이 경우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일을 제대로 못할 경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직원을 바꿔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해고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애경 직원은 또한 일부 판촉사원들의 근무시간 조정에도 개입했다. 판촉사원들의 근무는 한 달 내내 일할 수 있는 ‘고정’과 절반만 일하는 ‘반고정’으로 나뉜다. 반고정은 급여도 절반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애경은 근로자와 협의 없이 하이맥스 측에 고정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 일부의 업무를 반고정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애경은 하청업체 판촉사원에게 “발주 물량을 파악하고 발주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하청업체 직원에게 발주를 지시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원청업체가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는 있지만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며 “이는 부당한 업무지시에 따른 노동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애경 “깊이 반성..연내 고용환경 개선”
이데일리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애경은 이같은 관행이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부 논의에 그쳤던 판촉사원 직고용 전환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이다. 애경산업은 지난 10일 본지가 취재를 시작하자, 11일 일선에서의 관행을 파악한 후 12일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판촉사원을 직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개선안은 하청업체와 계약을 통해 일하고 있는 판촉사원을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이를 위해 5월 말까지 협력사와 협의해 ‘고용승계 방식과 절차, 일정’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후 전국 주요 지역을 방문해 판촉사원을 대상으로 직고용에 대한 설명회를 이어간다. 12월 말까지는 판촉사원과 개인면담, 입사절차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700명에 대한 직고용을 마칠 예정이다.
김두연 AK홀딩스 상무는 “(애경이) 하도급업체 소속 판촉사원에게 관행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해고에 직접 관여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애경산업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애경산업 측은 “지난해부터 하도급업체 관련 컨설팅을 받으며 관행 근절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판촉사원 고용구조를 빠르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