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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김상윤 기자] 넉달 전인 지난 8월.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3개월여 추적 끝에 마산만 봉암갯벌에서 ‘수달’을 발견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330호)이자,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귀하신 몸’. 수달이 봉암갯벌에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인근 국가산업단지에서 쏟아져나왔던 오·폐수를 관리하자 수질이 개선되면서 수달이 찾아온 것이다. 수달의 출현은 마산만 일대에 다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자정능력을 상실하면서 ‘죽음의 바다’로 불렸던 마산만이 되살아나고 있다. 쓰레기더미와 악취로 들끓던 마산만 일대가 낚시를 즐기고 어패류를 채취하던 1960년대초 청정 해역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장원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환경관리센터장은 “이제 마산만 일대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붉은발말똥게가 출현하고, 수달도 서식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마산만은 죽은 바다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장용수로도 못 썼던 ‘썩은 바닷물’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 당시 감사원이 내놓은 ‘남해안 어장 정화사업 추진실태’ 점검 보고서는 다소 충격적이다. 보고서에는 “산호천을 비롯해 마산만으로 흘러드는 하천 9개가 모두 5급수를 초과하고 있다”며 “일부 퇴적물에선 구리 등 중금속 오염도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마산수출자유지역, 창원국가산업단지 등이 연이어 조성되면서 마산 일대는 바다와 하천 할 것 없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가포해수욕장 폐쇄(1975년), 수산물 채취금지(1979년)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1981년에는 대규모 적조가 발생하면서 ‘죽은 바다’로 공식화 됐다.
오염퇴적물을 준설하고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는 등 각종 대책도 무용지물이었다. 일각에서는 “마산만은 이제 끝”이라며,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후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다. 육상에서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되살아난 생태계..수달·붉은발말똥게 서식
제도 도입 후 마산만의 썩은 물에도 조금씩 생명력이 불어넣어졌다. 한때 3.8㎎/ℓ까지 치솟았던 COD 농도(물 1ℓ 에 포함된 화학적 산소요구량)는 지난해 1.70㎎/ℓ로 떨어졌다. 학계에서는 1㎎/ℓ이하면 수영 중 물을 먹어도 신체에 이상이 없고,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또 2㎎/ℓ이하면 물놀이나 해수욕이 가능하고, 3㎎/ℓ이하면 공장용수로 쓸 수 있다.
COD가 3㎎/ℓ를 초과해 공장용수로도 쓸 수 없던 물이 이제 해수욕이 가능한 수준으로 좋아졌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연안에서 확인됐고, 봉암갯벌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붉은발말똥게, 3급인 물수리, 말똥가리, 흰목물떼새, 검은머리 갈매기 등이 관찰됐다.
10년이라는 단기간에 마산만의 수질 개선이 이뤄진 것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보기 드문 일이다. 제도는 정부가 도입했지만, 환경 NGO와 지역 주민까지 아우르는 ‘해양환경관리 거버넌스’를 구축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서서히 진행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해운대 바닷물을 1급수로..해수부의 ‘새 도전’
해양수산부는 마산만에 이어 시화호, 부산연안에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를 도입했다. 특히 부산연안의 경우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의 COD농도를 현재 1.4㎎/ℓ에서 2034년 1㎎/ℓ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 정도면 부산은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전세계 연안도시 중 최고 수질 도시가 된다. 해수부는 울산만(2017년), 광양만(2019년)에도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보경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봉암갯벌생태학습장 관리책임자는 “과거 중앙부처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은 환경 개선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2000년대 들어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단체 등 마산만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정책을 만들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 마산항을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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