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완화안도 與 부정적…野, 상설특검 띄울까(종합)

한광범 기자I 2024.11.11 17:09:56

수사대상 14→2개…추천권 野→제3자 수정안 제출
與 "바로 재의요구"…韓 "독소조항 뺐다? 野말일뿐"
상설특검 카드 있지만 ''대통령견제'' 속수무책 한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촉구 천만인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김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을 공식화했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줄여 본회의 표결에서 여당 내 이탈표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14일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안은 수사 대상이 원안에 비해 대폭 축소돼 담길 예정이다. 현 특검법의 경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모든 의혹에 더해 대통령의 수사·조사 방해행위, 수사 중 인지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수사 범위가 무제한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정안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선거개입 의혹으로 수사대상을 크게 줄여 법률안상 수사대상이 기존 14개에서 2개 정도로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특검 추천권도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제3자 추천방식을 수용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현재 특검법률안에선 추천권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당만 추천권을 갖는 것에 대한 여권의 반발을 일부 수용해 특검 통과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이 세 번째로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14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의 수정안 제출 방침에 따라 본회의에는 수정안과 원안이 모두 부의될 전망이다.

◇野 “특검법 통과 위해 결단…국민적 요구 수용”

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안의 경우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하기 위해선 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본회의 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 의원 전원은 물론, 다른 야당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안 제출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여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수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안이 제출된 법률안의 경우 먼저 표결이 이뤄지는 수정안이 의결될 경우 원안은 자동 폐기된다.

야당이 의석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 표결의 핵심은 여당 내 이탈표다. 2차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당시 여당 내에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상황에서, 민주당은 재의결에 필요한 ‘이탈표 8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우측)와 추경호 원내대표(좌측)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민주당도 “특검법을 통과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혀 여당 내 이탈표 확대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민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수사대상을 축소하고 제3자 추천까지 열어놓는 결단을 한 것”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반대할 수 있겠나.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변인은 ‘민주당의 수정안 제출은 특검법이 엉터리였기 때문’이라는 국민의힘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여사 의혹이 (원안에 담긴) 13개뿐이겠나. 그 배는 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안에 담겼다가 수정안에서 빠지게 되는 김 여사 나머지 의혹들에 대한 별도 특검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상설특검, 수사팀 규모·수사기간 등 소규모 한계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 방침에도 대해 특검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일방 강행 처리 시 즉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 역시 ‘민주당이 독소조항을 뺀 특검법이라고 한다’는 지적에 “민주당의 말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재표결에서 부결될 경우에도 상설특검 개시를 통해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여당을 상설특검 추천위원회에서 제외하는 국회 규칙도 의결할 방침이다.

하지만 상설특검의 경우 한계가 명백한 것이 민주당의 고심거리다. 일단 윤 대통령이 행정절차에 미온적일 경우 민주당 입장으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은 ‘특검 후보 추천 의뢰’, ‘특검 임명’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여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실질적 대응방안이 없다.

여기어 더해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특검 규모가 소규모에 불과해 수사에 한계가 있는 부분 역시 민주당이 상설특검에 소극적 이유다. 상설특검의 경우 법에 따라 파견검사 수는 ‘5명 이내’,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 ‘각 30명 이내’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발의한 김건희특검법(파견검사 30명, 특별수사관 60명, 파견공무원 60명 이내)과 비교해 화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수사기간 역시 기본 60일에 대통령 허가를 통해 30일 연장만 가능하다. 반면 김건희특검법의 경우 기본 90일에 보고 후 30일 연장이 가능하고, 대통령 승인 시 추가 30일 연장이 가능해 최장 15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상설특검보다는 특검법에 더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상설특검으로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 내부의 시각”이라며 “결국 우리당이 믿을 건 특검에 대한 국민 여론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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