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연령 제한’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를 부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해당 상품의 가입 조건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을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동시에 “최근 다수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 등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 중이며, 제도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간은행의 대출 상품에 금융당국이 연령 제한을 가하는 식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우려의 시각이 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초장기 만기 상품이 주담대 수요를 자극하는 요소가 되는지 점검할 순 있지만, 이를 단순히 연령으로 틀어막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다소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으로 50년 주담대를 먼저 선보인 정부가 민간은행이 이를 취급하자마자 가계대출 증가 주범이라고 언급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검토됐고, 지난해 주택금융공사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론 만기 연장으로 실행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파생된 민간은행의 50년 주담대 도입 취지 또한 고금리 시기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 일차적 목표다. 정부의 접근대로라면 민간이 취급하는 50년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정책모기지 상품도 가계대출 확대의 원인일 수밖에 없다.
50년 주담대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수요자들의 대출 용처별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자격 조건을 부여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34세를 기준으로 갈라놓고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과오를 범치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