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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칸타빌 수유팰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도 지난주 미분양된 18가구를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공급했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비싸게 책정됐는데 입지 등 상품성은 부족하다는 게 청약자들 평가다.
같은 서울이라도 한강 남쪽 상황은 사뭇 다르다. 포스코건설은 5~6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 ‘잠실 더샵 루벤’ 청약을 받았다. 송파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아파트는 29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청약 결과 7310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252.1대 1까지 올랐다. 주택형별로 봐도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잠실 더샵 루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분양한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제외) 중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다. 분양가는 3.3㎡당 약 6500만원, 전용면적 106㎡형 기준 25억~26억원에 책정됐다. 이웃단지인 ‘래미안 송파파인탑’인 현재 3.3㎡당 6300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해도 비싸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통례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비싼 분양가에도 잠실 더샵 루벤이 흥행에 대성공한 건 이 아파트가 강남권에선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청약 물량이어서다. 여기에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한 데다 분양권 전매도 자유롭다는 점도 흥행에 이바지했다. 비싼 분양가를 상쇄할 수 있는 상품성이 강남·북 청약 시장을 가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청약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에선 ‘묻지 마 청약’이 성행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입지나 분양가, 상품성 등 확실한 장점이 있어야 청약자들은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미분양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 걸 보면 청약 시장이 완전히 꺾인 건 아니”라면서도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다보니 중도금 대출 금지선(분양가 9억원) 때문에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현금부자만 무순위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를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