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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극비리에 美방문
17일(현지시간) 이도훈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이 본부장은 방문 목적·일정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은 외교부 내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소수에 이를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현 한반도 상황 관련 평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 1월 후 약 5개월만이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간 유선 협의가 이뤄진 지난 4월 28일 이후 50여일만이다. 그동안 외교부는 북한의 대남공세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미 소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신의 재선 문제로 주요 관심사에서 사실상 북한이 배제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여정 콕 찍은 한미워킹그룹, 평가 엇갈려
이 본부장의 전격 미국 방문은 양국 모두 한반도 긴장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그는 담화문에서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한미 워킹그룹) 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1월 만들어진 한미 워킹그룹에 평가는 엇갈린다. 유엔 대북제재 뿐만 아니라 미국 독자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워킹그룹은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과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필요한 제재 면제를 논의할 수 있는 창구로 역할했다. 반면 미국이 대북제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통제 목적으로 워킹그룹을 이용하면서 오히려 남북협력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대북 쌀 지원이 대표적이다. 워킹그룹 때문에 지원이 늦어졌다는 지적과 더불어 정부의 설익은 지원 발표로 북한의 빈정을 상하게 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결국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쌀 5만톤을 거부했다.
◇대북제재 완화 이끌까…상황 관리 측면에 무게
문제는 우리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대북 특사는 북측이 거부했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제재와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대북협력사업을 추진해왔다. 금강상 개별 관광 등을 비롯해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 최북단인 ‘강릉~제진’ 구간 연결사업 등이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마뜩지 않다.
최근 북한의 도발을 두고 남한이 아닌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고,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서 “긴밀한 한미 간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요즘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불평”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할 만한 여력이 있는 지는 미지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듯 북한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 본부장의 미국 방문 역시 대북제재 완화 보다는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 측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