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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식품가격 기습인상 반복에도 깜깜이 '물가정보서비스'

김보경 기자I 2020.01.06 17:31:53

인건비·원재료 상승 이유지만 확인할 정보 없어
정부 보조금 운영 원가공시는 '원가' 빼고 '판매가격'만 알려
깜깜이 가격인상에 속타는 소비자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농심은 작년 연말 ‘둥지냉면’의 가격을 12.1%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매년 연말연초 먹거리 가격 인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인건비와 원재료 등의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앞세우지만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적당한 인상폭인지 따져볼 방법이 없다.

소비자에게 원재료 가격과 출고가 등 원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사이트는 부실한 원가 정보와 시스템 오류로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부터 밀가루, 과자, 고추장, 라면, 즉석밥 등 장바구니 물가에 밀접하게 얽힌 공산품의 원가 정보를 소비자단체를 통해 공개하기로 하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당초 31개 품목의 원가 정보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9개 품목으로 공개대상을 늘렸다. 서울시 25개구의 300개 유통업체에서 생활필수품 39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해 원가정보와 함께 공개하면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 목표다.

그런데 6일 현재 물가정보서비스 사이트의 원가분석 섹션에서는 2018년 12월까지의 원가만 찾아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식품의 판매가격이 기습 인상됐지만 해당품목의 지난해 원가정보는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가감시센터 측은 원가공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으며, 본지의 지적 이후 단순한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확인에도 언제부터 오류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고, 오류를 해결하겠다고 한 지 5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존에 공시된 원가에도 빈칸이 수두룩하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 관계자는 “39개의 품목 중 13개 품목의 출고가가 빈칸으로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원가분석팀에서는 공시의 자료가 되는 데이터를 분석한 월간보고서를 작성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보고서에는 품목별 소비자가격, 원재료 가격, 출고가격의 증감이 정리돼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 또한 점차 출고가가 비어있는 항목이 많아지더니 지난해 5월부터는 아예 원가분석을 제외한 판매가격 분석 보고서만 공개됐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은 이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지의 지적 이후 추가로 보고서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 관계자는 “업체들이 출고가 공개를 꺼리면서 공시되는 품목도 줄어들었다”며 “당초 공시 목적이 판매가와 출고가, 원재료가를 비교해서 제품 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된 것인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 기능이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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