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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당 의원들의 적반하장, 누굴 위한 권력인가

박기주 기자I 2019.07.03 15:47:03

이채익·이종배 의원, 경찰청에 수사계획 요구 논란
여야 정치권 "명백한 외압" 질타…경찰도 압박 느껴
당사자들 "일반인도 가능한 일", "기사유출 경위 밝혀라"
정부견제·국민보호 위한 자료요구권 상식적 활용해야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회동을 위해 행안위 소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서류(자료) 제출 요구목록, 000의원실`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직원이라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문서 중 하나다. 그 만큼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자료 요구권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휘둘러야 하는 이 칼자루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의원의 행동이 밝혀져 논란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4명에게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의원실을 불법 점거해 특수감금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중 비교적 자료가 명확한 해당 사건부터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문제는 이 출석요구서 발생 직후 발생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경찰청에 4명 의원에 대한 출석 통보와 관련해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은 한술 더 떠 조사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대상자 명단 등 세부 자료까지 추가로 요구했다. 물론 자료 요구가 국회의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긴 하지만 이 두 의원 모두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에 연루된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지 7월 3일자 ‘[단독]“수사계획 제출해”…‘채이배 감금’ 수사 경찰 압박하는 한국당일선 경찰은 국회의원의 이 같은 요구가 충분히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만큼 내용에 트집을 잡아 수사에 흠집을 낼 수도 있고 그전에 수사관이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환 통보가 예정돼 있는 의원이 수사 경찰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국회에서도 외압을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명백한 외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물불 못 가리는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는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채익 의원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정당한 의정활동의 한 부분이었을 뿐 외압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경찰 역시 국회의원이 비공개를 요청한 자료요구 내용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그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히려 기사 유출 경위를 따지며 피감기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종배 의원실도 해당 의혹에 대해 “일반인도 궁금하면 민원실을 통해 누가 사건을 담당하는지 확인하지 않느냐”며 “이종배 의원에 대한 통지서가 언제 오는지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당한 활동’이었지만 ‘자료 요구는 비공개’였다는 이채익 의원의 논리,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이종배 의원의 해명 모두 일반인으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만일 일반인이었으면 자신이 수사 받고 있는 와중에 자신에 대한 수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답은 아마 해당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보호하라고 국회의원에게 쥐어준 자료 요구권이 상식적으로 활용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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