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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기획위 “일제고사, 올해부터 표집평가로”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올해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변경하는 안을 교육부에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오는 20일로 예정된 2017학년도 일제고사를 표집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국 학생의 약 3%를 표본으로 추출, 일제고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했다. 초기엔 표집평가로 시작했지만 1993년~1997년에는 전수평가로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진 다시 표집평가로 전환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다시 전수평가를 실시했다. 이때부터 ‘일제고사’란 별칭을 얻었다.
일제고사는 중3과 고2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국어·수학·영어는 전국 중3·고2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 평가하며 사회·과학 과목은 중학교 236개 학급을 산출해 표집 평가한다.
올해부터는 전수평가 방식을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전국 중3·고2 학생(평가대상 93만5059명)의 3%인 2만8646명을 추출, 표집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학교 76개교 1만3649명, 고교 472개교 1만4997명이 평가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5098개 중·고교에서 99만6203명이 시험을 치렀다.
◇ “경쟁교육 완화” VS “학력 진단기회 상실”
전국단위의 일제고사가 표집평가로 바뀌게 되면 지역·학교 간 경쟁은 완화될 전망이다. 일제고사는 그간 전수평가로 치러진 탓에 지역별·학교별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평가결과가 교육청과 단위학교를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표본으로 추출된 학교를 중심으로 일제고사를 치르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은 해소될 전망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내용은 학교나 교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맞지 않았다”며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목적의 표집평가로 전환한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일제고사가 폐지되면 학생·학부모는 학력 진단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전국단위 평가로 본인의 학력 수준을 진단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표본에 포함된 학생만 이런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 외고·자사고 폐지 예고···‘서열화 교육’ 없앨 듯
문재인 정부는 일제고사의 표집평가 전환을 시작으로 중고교 ‘줄 세우기 교육’ 폐지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현재 외고나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지정평가를 받는 2019년부터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학부모는 학교 선택권을 상실하게 되고 중고교 교육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철 대변인은 “외고·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획일적·평준화 교육보다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