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처리로 출마할 수 없게 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대신해 우파 진영을 이끈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48/24%)을 꺾은 이번 역전승은 단순한 정권 연장 이상의 정치적, 외교적 의미를 지닌다. 강력한 우파의 도전과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도 룰라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른 선거 전략, 민생에 초점을 맞춘 공약, 그리고 외부 개입 논란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반발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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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을 다진 또 하나의 축은 서민의 삶과 국민의 안전 불안을 직접 겨냥한 정책 공약이었다. 브라질 공영 통신사 아젠시아 브라지우(Agência Brasil) 등에 따르면, 룰라는 물가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위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하며 경제적 지지 기반을 다졌다. 또한 좌파 정부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치안과 국방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해 공공안전부 신설과 국방 투자 확대를 내세웠고, 이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우려를 덜어줬다. 여기에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대학생 교육지원금 도입 같은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이 삶의 질 개선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판세를 뒤집은 주요 변수 중 하나로는 미국을 향한 반발 정서를 꼽을 수 있다. 선거 막바지에 메타(Meta)를 비롯한 미국 거대 플랫폼 기업과 미국 측이 브라질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외부 세력이 브라질 민주주의에 개입하려 한다는 논란은 주권 의식이 강한 브라질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정서는 미국과의 밀착 노선을 내세운 플라비우 후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나친 대미 밀착이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겼고, 자주적 다자 외교를 강조한 룰라 쪽으로 표심이 기우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2023년 1월 출범한 3기 정부 이래 대외경제 분야에서 실용주의적 다자 외교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미국의 추가 관세 등 거세지는 통상 압박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한편, 국내 산업화를 촉진하고 특정 국가에 치우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어느 한 강대국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 각국과 균형 잡힌 외교·통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이 기조는, 브라질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로서 국제 질서의 주요 플레이어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연임으로 이 노선은 2027년 1월 시작되는 새 임기에도 이어지며 한층 힘을 얻을 전망이다.
브라질의 안정적인 국정 기조와 다자 외교 노선은 한국 경제와 외교에 큰 기회이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올해는 지난 2월과 7월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교차 방문이 성사되면서 양국 간 정치·경제적 신뢰가 어느 때보다 두터워졌다. 정상 간의 긴밀한 교류로 형성된 공감대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양국이 단순한 교역 상대를 넘어 전략적 핵심 파트너로 나아가는 토대다.
한국은 이 훈풍을 살려 협력의 외연을 크게 넓혀야 한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룰라 정부의 기조와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한국의 전략은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철광석과 니오븀, 리튬, 흑연, 희토류 등 핵심 광물과 식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브라질과의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룰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은 한국 기업들에게 앞으로도 거대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양국 정상이 다져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브라질의 경제 외교 전략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브라질은 통상 압박 속에서도 경제 주권을 지키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를 참고해 우리 나름의 통상 다변화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로 룰라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첨단 산업 협력과 기후변화 대응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경제 외교를 더욱 기민하게 펼쳐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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