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직무정지 첫재판…"정치적 의도"Vs"감독권 행사"

최오현 기자I 2024.12.03 17:30:15

문체부 조사 결과 이 회장 비위 많아 ''직무정지''
이 회장 "직무정지 사유 못돼…절차상 하자도"
문체부 "정치 의도 아냐…집행정지 요건 못갖춰"
법원 3일 첫 심문…10일까지 의견 듣고 결정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 측이 직무정지 집행정지 첫 재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처분에 차기 회장선거와 관련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3일 오후 이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 정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재판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 회장은 직접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만 참석했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문체부가 이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한 것을 두고 “대한체육회장 재당선을 막기 위한 졸속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나므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직무정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문체부가 이 회장에게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 것을 종용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내린 처분”이라고 말했다.

또 문체부가 이 회장의 직무정지 사유로 삼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정식 수사가 개시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직무정지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조사 내용을 살펴봐도 이 회장과 관련이 없거나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정채용·횡령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이 회장이 음주·폭언을 일삼았단 주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닐뿐더러 사실이라 해도 도의적 비난을 받을 사실일 수 있으나 직무정지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측은 절차상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리인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전통지를 누락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 하자”라며 “이런 처분이 용인되면 앞으로 정부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의혹만으로 사전통지와 소명 없이 직무정지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수사기관의 수사가 아닌 문체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작성한 자료를 기반으로 이 회장의 혐의를 특정한 것이 객관적이지 않단 점도 지적했다.

반면 문체부 측 대리인은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처분했을 뿐 정치적 의도에서 이 사건 처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문체부 측은 “대한체육회는 1년 예산 중 95% 이상이 보조금으로 충당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직무기관장으로서는 대한체육회 상대로 더욱더 철저히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감독 행사는 선출직 공공기관장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검찰이 대한체육회를 압수수색한 것을 예로 들며 “여러 비위행위로 말미암아 대한체육회 신뢰가 크게 추락했고 이 회장에 대한 수사 기소도 얼마든지 예상 가능하다”고 했다. 이 회장 측이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했던 부분에 대해선 “절차위반이 아니라 사전통지나 소명권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 측은 집행정지를 위해선 ‘긴급한 필요성’이 요구되는데 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체부 측 대리인은 “효력정지신청 인용을 위해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인정돼야 하는데 직무정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신청인의 3선 연임 도전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며 “오히려 효력정지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긴급성이 인정될 경우 처분의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지난달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부정채용(업무방해)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제삼자뇌물)등 각종 비위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8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당시 자녀의 대학 친구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63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한 횡령 의혹을 받았다. 문체부는 다음 날인 11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 회장은 직무정지 집행정지와 행정소송과 별개로 대한체육회 회장 3번째 연임 도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 회장 측은 이날 심문 후 기자들과 만나 3선 출마에 대해 “이 사건 정지와 무관하게 가능하다”며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집행정지와 관련해서는 오는 10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의견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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