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한국 증시 약세가 길어지는 가운데 풍문에 의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질서 교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스몰캡(소형주) 중심으로 일어나던 현상이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되자 대형종목을 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루머에 취약한 증시 환경이 조성된 만큼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2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196170)은 최근 특허분쟁설에 휘말리며 주가가 요동치는 중이다. 경쟁사인 미국 할로자임테라퓨틱스와 특허 분쟁을 벌일 수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돌기 시작한 것인데 지난 14일 이후 누적 하락률 29.54%를 기록하며 30만원대가 무너졌다. 전일 주주서한을 통해 “특허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하면서 13.36%대 반등했다 다음날 다시 10.27% 하락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롯데그룹도 시장에서 흘러나온 루머에 곤욕을 치렀다. 많은 차입금 때문에 과거 대우그룹처럼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증권가 정보지(지라시)성 온라인 콘텐츠에 그룹 계열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후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대규모 감원이 있을 수 있다는 지라시가 추가로 유포되기도 했다. 이후 그룹차원의 해명자료가 나온 후에야 겨우 진정세를 맞긴 했으나 여전히 시가총액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풍문으로 인한 상장사의 해명 공시도 증가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반기 이후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관련 공시는 총 170건으로 2020년의 163건, 2019년의 133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230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매크로 악재 및 업황 부진 등으로 상장사들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루머에 취약한 시장 구조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근거가 취약한 소문에 투자자들이 쉽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유 주식과 부동산 가치, 예금 등을 합쳐 108조원의 유동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재계 6위 롯데그룹이 지라시 등에 흔들린 것은 롯데케미칼(011170)과 롯데쇼핑(023530)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진앙지다. 특허 침해 및 2대주주의 매도설 등 루머에 따른 알테오젠의 주가 급락은 실적 펀더멘털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 바이오 테마주의 한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산해 LS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 및 금리인하 경로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테마와 루머에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벤트를 노린 단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강세 종목보다는 연중 부진을 겪었던 종목에 접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