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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회의서 욕설한 카카오 고위 임원 "업무관행 문제 지적하다 실수"

한광범 기자I 2023.11.28 20:37:05

김범수 설득에 카카오 합류한 '네이버 창업자' 김정호
"결재도 없이 800억대 공사 계약…임원들 침묵에 폭발"
"김범수 센터장 간곡한 부탁으로 합류했다"고도 밝혀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출처=본인 페이스북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 28일 최근 회의 과정에서 한 차례 욕설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해명하며 사과도 했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회의 과정에서의 욕설이 나온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카카오에 합류한 김 총괄은 카카오의 외부 독립 감시기구인 준법과 감시위원회의 유일한 카카오 측 인사일 정도로 김 센터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김 총괄에 따르면, 사건은 카카오가 제주도에 보유한 유휴 부지에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 건립과 관련한 회의 과정에서 발생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제주도 내 본사 부지는 카카오와 합병 전 다음이 2008년 매입했다. 다음은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며 ‘다음 캠퍼스’를 추진했다. 캠퍼스 전체가 완공 전 카카오와 합병이 성사되며 당초 계획은 무산됐고 결국 매입한 부지 중 3만 8000평이 빈 땅으로 남게 됐다.

해당 부지는 카카오 합병 이후 아무런 개발 없이 방치됐다. 제주도 측은 해당 부지를 제대로 개발하지 않을 경우 회수하겠다는 경고성 공문까지 보냈다. 결국 카카오 측은 해당 부지에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워케이션센터를 건립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 중 단 한 곳에서만 워케이션센터 이용 의사를 밝혔다. 김 총괄은 “제주도에도 도움이 안 되고 회사에도 도움이 안 되는 시설을 위해 10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되기 직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우수한 직원들 있는데, 외부업체와 임의 계약”

김 총괄은 카카오에 합류한 후 기존 계획을 변경해 해당 부지에 지역상생형 시설을 짓기로 했다. 새로운 시설에는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 △카카오 테크 캠퍼스 헤드오피스 이전 △예술단체 공연 공간 △장애인 체험센터 등이 들어서게 할 방침이었다. 해당 시설에선 카카오 그룹의 미고용 장애인 200명도 채용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제주도 프로젝트 시작을 앞두고 카카오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 조직이 꾸려지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담당 임원과 부서장 등 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김 총괄은 “제주도 프로젝트에 카카오 직원들인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 28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카카오 AI캠퍼스가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만큼, 내년 1월 시작되는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시기적으로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실력도 제주도 프로젝트를 하기에 오히려 상급 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에서 임원 중 한 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제주도가 해당 건축팀을 싫어할 것이고, 이미 공사에 참여하기로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김 총괄이 “그 업체를 어떻게 정했느냐”고 묻자, 해당 임원은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답했다.

김 총괄이 다시 “(업체 선정에) 결재나 합의를 받았냐”고 물었지만, 해당 임원은 “그건 없고,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임원은 이어 “설계가 변경돼 건물은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조경공사부터 시작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화낸 것과 욕설 모두 곧바로 수차례 사과”

김 총괄과 해당 임원의 언쟁은 10분 정도 이어졌다. 욕설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김 총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회사는 상상도 못 하는 일 아닌가. 어떻게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그냥 결재나 합의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나”라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례 두 가지를 언급하며 “이런 개X신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김 총괄은 이후에도 사자후롤 토해냈다. 그는 “내가 지금 내가 아는 다른 업체를 쓰라는 것인가? 회사에서 이미 고용을 하고 있는 팀을 쓰라는 거잖나? 내부 팀이 있는데 외부 업체를 추가 비용을 들여서 결재도 없이 쓰자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분노했다. 김 총괄은 얼마 후 회의에서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 특히 개XX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며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며, 욕설 사건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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